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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누구세요, 저를 아세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4-24 08: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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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정자(시인 수필가)      

 

서로를 Best Friend Forever라 불러주는 친구가 세상 없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말없이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고 있다. 전에 없던 표정이라 무슨 일이 있었냐고 조심스레 다가 갔다. 한 숨과 함께 사연을 꺼내기 시작한다. 언제부터 인가 차에서 내릴 때 무언가 두고 내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외출할 때 챙겨야 할 물병이나 사소한 물건을 깜박거리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 자신을 돌아보면서 주치의와 상담하기로 하고 병원예약을 했다고 한다. 

먼저 주치의를 만나 상의를 한 끝에 인지 기능 테스트를 받았다. 만점이었다. 가슴을 쓸어 내렸다. 기억력이나 집중력은 예전보다 더 튼실한 편인데 문득 치매환자 가족의 고통과 절망이 떠올려지면서 스산한 그림자처럼 노년의 삶에 드리워지는 치매라는 단어가 불안을 안고 파고 들었다고 한다.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섰다는 초조와 조바심이 깃든 불안감이 역력했다. 안절부절 견딜 수 없는 우려가 전이되듯 마음이 짓눌리며 착잡함이 음습한다. 

 

 

친구 얘기는 이어졌다. 최근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 주변 분들이 떠올라 인간의 존엄과 삶의 질을 송두리째 흔드는 불운을 역지사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도 생각났다고 한다. 내친김에 알츠하이머 혈액검사를 의뢰하게 되었고,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다가 오늘 그 결과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절친이라는 필자를 불러낸 것이다. 아주 가벼운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가 보인다는 결과를 애기하면서 얼굴은 사색에 가깝게 느껴 질 만큼 오랜 시간 긴 병을 앓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예전처럼 인사를 드리면 “누구세요, 저를 아세요” 라는 질문을 받던 아픔을 고스란히 떠안은 모습이었다. 

 

 

그랬었다 “누구세요, 저를 아세요”라는 지인의 질문을 받았을 때 밖으로 빠져나와 하늘을 우러르며 가만히 외쳤던 적이 있었다. ‘하나님 이제 저 분의 생의 여정을 온전히 주님께 맡겨드립니다. 함께 해주세요’ 했던 일이 아릿하게 떠올라 가슴을 멍하게 만든다. 적당한 지혜로운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우리 온전히 주님께 다 맡기자고. 아주 가벼운 초기라는 검사 결과에 의존하며 증세가 주변을 힘들게 할 때까지는 십 여년이란 시간이 소모된다고 하니까, 그 동안 가까운 분들에게 알려지기 전에 주님께서 불러 주실 지 아니면 의학 발달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기에 주님께서 기적을 허락해 주실 지, 기도하면서 하루하루를 감사로 지내면서 최선을 다해보자고 마음을 다해 독려하게 되었다. 

 

 

독서에도 집중하며 새로운 각오와 눈 뜨임으로 삶을 재조명 해보며 새롭게 정비하는 기회로 삼자고, 성경 필사에도 일과의 중요한 부분으로 삼고 규칙적인 꾸준함으로 새롭듯 다가서며, 친구들과 수다 떨기애도, 덤으로 SUDOKU 도 즐기자고, 언약 식이라도 하듯 깊이 안아주며 토닥토닥 다독임을 나누는데 눈시울이 노년의 주책을 거들고 나선다. 주변 분들에게 나를,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전에 하늘로부터 부르심을 받을 확률까지 유권적 해석을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이 글 또한 친구의 허락을 받고 이 사연을 올리게 될 양지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단지 지금의 심정을 많은 분들과 나누어야 할 것 같은 책무 감 같은, 이타적인 동의나 도덕적, 윤리적 사명감 같은 사회적 책임감이 실린 마음가짐의 발로를 밀어내지 못하고 글로 옮기게 되었다. 숨기는 것이 최선이 아닌 함께 고민하며 길을 만들어가는 공조의 의미가 크다 할 수 있겠다. 친구와 헤어지고 돌아 오기 무섭게 치매에 대한 정보 확보를 위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컴퓨터에 매달렸다. 찾아낼 수 있는 한도까지는 알아내야 한다는 다짐을 하며 계속 찾고 또 찾았다. 

 

친구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말을 메모해 둔다. 조금이라도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붙들어 둘 수 있는 방편을 수집해 본다. ‘거창한 목표보다 화초 가꾸기. 산책하기. 친구와 통화하기 등으로 일상에서 작은 성취감과 사회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지속할 때 미래에 대한 희망 감이 자라난다고 했다. 긍정적 마음 가짐이 규칙적인 신체활동으로 이어질 때 인지기능보호 효과가 극대화되는 만큼, 희망 감 있는 태도와 함께 신체 활동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유한한 존재로 주어진 시간을 살아간다. 내 친구와 우리의 남은 여정은 단순한 소멸의 과정이 아닌 거룩한 축복의 입문으로 기억 될 수 있기를 간절이 기도 드린다. 주어진 여정을 완주할 수 있도록. 나 또한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인생 여정의 내 남은 날까지 하늘 만이 아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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