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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미국의 역사이야기 - 1992의 대통령선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08-31 18:18:28

칼럼,미국,역사,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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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의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을 때, 미국민들은 자신들이 4년 전에는 거의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방식으로 변화된 세계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냉전의 낯익은 상징들, 즉 베를린 장벽에서부터 끊임 없는 심한 경계의 대상이 되어왔던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및 폭격기들에 이르기까지 냉전을 일깨워주는 것들은 사라져버렸다. 동유럽은 독자적으로 되었고, 소련은 해체되었으며, 독일은 통일되었고, 아랍인들과 이스라엘은 직접 협상을 하게 되었으며, 핵대결의 위협은 격감되었다. 마치 하나의 커다란 역사책 한 권이 닫히고, 또하나의 역사책 한 권이 열린 것 같았다. 

그러나 국내에서, 미국민들은 덜 낙관적이었다. 즉 미국민들은 심각하고도 낯익은 문제들에 마주치고 있었다. 걸프전 후의 축하 행사 및 행렬들이 끝나게 되자, 미국은 자신이 1980년대 초엽 이래 가장 심각한 경기후퇴에 빠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과거에 가장 심한 타격을 받았던 제조업 부문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아니라, 중간경영층의 화이트칼라 근로자들 가운데서 실직자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 1992년에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했을 때에도, 경제성장은 그해 말까지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미미했으며, 이 나라의 여러 지역들은 여전히 경기후퇴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방정부 적자는 증대일로의 보건비 지출로 해서 계속 증대되었다. 대부분의 미국민들은 자기들의 미래에 대해 심각한 비관론을 표명하고, 자기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과 댄 퀘일 부통령은 초기에 보수주의 저널리스트 패트릭 부캐넌의 도전을 받았지만, 공화당의 재지명을 쉽사리 얻었다. 민주당 측에서는 빌 클린턴 아칸소주지사가 난립한 후보들을 누르고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았다.

클린턴은 일반적으로 가장 식견있고 달변인 환경보호론자 중의 하나로 인정된 앨 고어 상원의원(테네시주)을 자기의 러닝 메이트로 선정했다. 

그러나 경제의 방향에 대한 이 나라의 깊은 불안감은 괄목할 만한 무소속 대통령 후보, 즉 텍사스주 부호 기업가 H. 로스 페로를 등장시켰다. 컴퓨터 및 정보처리 분야에서 큰 재산을 모은 페로는 경제문제, 주로 연방정부 적자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미국정부의 무능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감을 노렸으며, 그의 지지자들은 미국 전주 50개주의 입후보자 명단에 그의 성명이 오를 수 있을만큼 충분한 수의 지지자 서명을 모으는 일에 성공했다. 페로는 7월의 대통령 선거전의 후보명단에서 탈퇴했다가 가을에 다시 출마 의사를 밝힘으로써 그나마 당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던 기회마저 헛되게 했지만, 그의 존재로 해서 경제문제들은 계속 전국적인 논쟁의 중심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은 으레 쟁점, 이미지, 인품 등이 혼합된 싸움인데, 그 초점이 이 나라의 경제적 장래에 강하게 집중되어 있었지만, 1992년의 대통령 선거운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시의 재선 노력은 현직 정부통령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일련의 아이디어들, 적 경험과 신뢰를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졌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 세대 간의 싸움이었다. 아마 제 2차 세계대전 중 군에 복무한 경력을 가진 마지막 미국 대통령일지도 모르는 68세의 조지 부시 후보는 군대 복무 경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월남전 반대 항의운동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46세의 젊은 도전자 빌 클린턴 후보와 마주쳤다. 부시 후보는 대통령 및 총사령관으로서의 자기의 경험을 강조하면서 클린턴 후보의 판단력과 품위부족에 주의를 집중시켰다. 

한편, 빌 클린턴 후보는 선거 정치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테마의 하나인 '변화를 중심으로 하여 자기의 선거운동을 추진했다. 클린턴은 청년 시절에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는데, 30년 후에 자신의 대통령 선거운동에서 의식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기를 미국민들에게 요구하는 그의 언설의 대부분은 1960년대의 케네디 후보의 언설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같았다.

12년 동안의 아칸소 주지사로서 클린턴 후보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로 부시 대통령의 주된 취약점인 경제성장, 교육, 보건 문제 등과 씨름해온 자기의 경험을 내세울 수 있었다. 부시 후보는 보다 낮은 시금과 정부 지출 삭감에 입각한 경제계획을 제안했지만, 클린턴 후보는 부유층에 대한 보다 높은 과세와, 이 나라의 생산성 및 경제성장을 증대시킴으로써 적자를 줄이게 될 것으로 생각했던 교육, 운수, 통신에의 투자에 대한 지출 증가를 제안했다. 마찬가지로, 클린턴의 보건비 통제책도 부시 후보의 안보다 훨씬 더 많은 연방정부 개입을 필요로 했다. 

클린턴은 10월의 부시 대통령 및 로스 페로와의 세 차례에 걸친 텔레비전 토론에서는 물론, 선거운동 기간 내내 '변화'의 테마를 성공적으로 국민들의 마음에 주입시켰다. 11월 3일 빌 클린턴은 일반투표의 43%를 얻은데 불과했지만, 제 42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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