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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마냥 기다려 줄줄 알았는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5-29 08: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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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정자(시인 수필가)    

 

이즈음 일기가 마치 장마철로 접어든 것 같다. 계절 순환 주기가 새로운 패턴으로 전환되고 있는 듯 하다. 봄이구나 했던 시간이 며칠 전인 것 같은데 시간 흐름이 어찌 이리도 쾌속인지, 아침 저녁으론 늦은 가을에나 꺼내볼 참이었던 두터운 옷을 꺼내 입어야 할 만큼 바람결이 차다. 봄 날이 들어서면서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이 왠지 넉넉해 질것 같았는데, 밀린 일들을 다듬을 수 있을 것 같은 체감으로 느껴지는 시간은 마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은 변함없이 제 속력을 지켜내며 흐르고 있었을 터인데, 동전 양면처럼 두 얼굴을 하고 있었던걸까. 주어진 생의 열매가 각기 다르니 말이다. 늦은 봄날이 초여름을 흉내내기 전까지만 해도 시간의 넉넉함을 즐기게 될 줄 알았다. 본의이든 타이이든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만들어버린 실점을 만회할 수 있는 시간 마련이 절실 했었는데,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이런 저런 핑계로 등한히 해왔던 불실을 다듬고 싶었는데. 미욱한 바램의 결국은 고담 준론들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준엄한 꾸짖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스물 네시간이, 하루가 열리는 머리맡에서 하얀 캔버스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떤 화풍으로, 어떤 색체로 하루라는 화폭이 채워질끼, 하루의 시작은 늘 이렇듯 조심성있게 하루를 건너 가기를 소망하게 된다. 하지만 타성에 젖은 시간의 흔적일랑은 남기고 싶지는 않음이요, 누수 될 시간까지 계수해가며 일상을 그려가려 했던 터인데. 100세 시대를 굳게 믿고 늘 푸른 상록수 같은 목숨줄인줄 알았다. 미욱하기 이를데 없는 생각의 그루터기가 남아있었나 보다. 나를 사랑하려 했던 연가는 어디에도 흔적이 없는데. 시간의 소중함을 등한시 해온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만 동그마니 남는다. 영원한 것에 투자하는 시간의 조각가로, 촌각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을 극구 사양해 왔던 것 까지도, 휴먼 스토리 재생 가능성을 가늠해가면서 인간극장 같은 다큐멘터리를 창출하고싶은 욕심의 발로가 지나쳤던 것은 아니었을까.

오감으로 느껴지는 기쁨, 슬픔, 즐거움 절망들을 인성 깊이와, 높이, 너비와 두께의 꼭지점들을 연결시키면 시간이 만든 지문으로 남겨진다. 삶의 여정에 남겨질 흔적이요, 생애의 결산서로 남겨지게 된다. 짧은 인생길에서 열정과 탐욕, 희생, 감사, 불만, 긍정과 비난들의 가중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마지막 묘비에 남겨질 문맥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모두 주어진 시간을 조각해왔고 남은 시간들을 조각해두고 떠날 것이다. 남은 시간을 빛나는 흔적으로 남길 것인지 한 없이 부끄러운 생의 파편으로 전락시킬 것인지는 스스로가 무엇으로 어떻게 시간을 빚어낼 것인가로 결정될 것이다.

시간의 소중함을 등한시한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한 결국으로 시간 낭비를 초래하게 되고 후회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이다. 시간의 소중함을 간과한 결과는 낭비 해버린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성장의 기회나 소중한 경험을 놓치는 어리석음에 노출될 뿐이다. 빈부 고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동일하게 24시간이 주어졌다. 이처럼 공평한 시간을 사용여하에 따라 만세에 기리는 인물이 되거나, 그 반대로 역사에서 그림자조차 지워버리고 싶은 사람으로 남겨지기도 한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시간은 늘 찰라처럼 지나가 버린다. 시간의 가치를 깨닫고 영원한 것에 투자한 시간만이 역사 속에 영원히 남겨질 것이다. 참된 투자는 영원히 빼앗기지 않을 것을 위한 숭고 함에 투자하는 길이다. 생명을 얻는 일,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시간과 재능을 헌신하는 것이 삶의 진액을 헛되지 않게 하는 비결이다. 시간은 길이가 아닌 두께로 평가받는다. 시간이 많을 줄 알았다고 후회하기 전에 얼마나 바람직한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는가에 대한 평가가 생의 첩경이 될 수 있음이다. 마무리가 덜 된 이루고 싶은 일을 다듬을 수 있도록 마냥 기다려 줄줄 알았던 시간은 지금도 촌각을 다투며 유유하게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다. 

한계없이 무한한 것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은 삶을 저울질 해보려 한다. 마냥 주어진 시간이 많은 건 아니었다. 마냥 기다려 줄줄 알았는데. 착각이다. 긴 장마가 남긴 파급효과의 부작용 일까. 부수적 후유증 일까. 촌각도 아끼며 살아왔다는 착각이 쥐구멍을 찾고 있다. 마냥 기다려 줄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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