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행복한 아침] 풍금 소리가 남긴 것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5-22 08:41:01

행복한 아침행복한아침, 시인, 수필가, 김정자, 풍금 소리가 남긴 것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 정자(시인 수필가)    

 

악기를 다루는 분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게 된 기회가 주어졌다. 나이가 깊어가면서 점차 악기에 대한 선호도가 바뀌어 간다는 주제로 대담을 이어갔다. 성품과 삶의 배경을 따라 악기가 전달하는 소리가 다르게 적용되고 있음이 분명했다. 대화 중에 언뜻 유년 주일학교 예배 시간에 풍금으로 찬송가 반주를 했던 풍경이 떠오른다. 풍금소리는 아련한 향수로 스며들고 있었나보다. 감성적인 울림 공간의 여백이 삶의 공간에서도 사람들과의 어울림에서도 자연스레 새겨진 소중한 보람으로 연연히 이어져 온 것 같다. 

 

소리 미학은 물리적으로는 악기마다 진동 울림통을 통해 발생한 공명 현상이 고유의 진동수와 일치하면서 공간으로 퍼져나가는 연주라는 과정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같은 맥락의 흐름으로 악기와 공간과의 조화가 일구어 낸 예술적 융합이 소리를 창출해 내는 과정의 묘사가 음악에 깊이 심취하게 하는 소중한 요소로 작용된 것이다. 특히 풍금소리가 님긴 공명은 아스라한 먼 추억을 베경으로 미묘한 편안함을 배풀어 주었다. 마치 안개 비처럼 지척없이 스며들면서 때론 서술적 예시가 담긴 음률 융합이 울림을 통해 심성에 깊게 파고들었던 느낌이 지금까지 생생한 감동으로 남겨져 있다. 

 

어릴 때부터 소리에 관심이 많아서 였는지 계절마다 지닌 바람 소리와 숲길에서 만나지는 새소리, 먼 기적 소리며 교회 종탑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에, 때론 파도 소리까지 곱고 부드럽고 우아한 흐름들이 참 좋았다. 그 중에서도 풍금 소리는 지금껏 심중에 정이 가는 애잔한 소리로 남겨져 있다. 풍금 소리를 만나기 쉽지 않은 이국 살이에서 간결한 연모의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유년 주일학교에서도, 유일한 악기로 풍금이 있었고, 50년대 국민학교 재학 당시에도 교실마다 풍금이 자리잡고 있었다. 예배당에 들어서면 늘 그 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풍금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예배당이 주중에는 유치원으로 운영되기도 했던 시대라서 예배당은 또다른 안식처 같은 아늑함을 안겨 주었다. 

 

풍금 소리에 매표된 어린 여자 아이는 풍금 곁에 머물기를 좋아한 나머지 풍금 건반을 만지작 거리곤 했던 아이에게 선생님은 악보 보는 법과 건반 누르는 법을 알려 주셨다. 유치원 방과 후에까지 남아서 풍금 곁을 지키곤 했었다. 풍금 앞에 앉아 발로 페달을 밟고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면 맑고 고운 소리가 울려 나오는 풍금이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선생님께서 수시로 가르쳐 주셨고 틈만 나면 풍금과 가까이 했던 터라 후일 선생님께서 주일학교 반주를 맡기셨고 그 작은 사명을 절대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으로 풍금을 더욱 가까이 하게 되었다. 반주했던 풍금을 늘 반질반질 윤이나게 닦으면서 풍금을 아끼며 간수하는 마음이 애착으로 번져나고 있었나 보다. 

 

이방인의 삶이 시작되면서 피아노 부터 마련했다. 아이들에게 전인교육을 한답시고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등을 교습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악보없이 연주하게 되는 경지를 보면서 장엄한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기도 했지만 풍금소리는 여전히 귓전이 아닌 심중에 머물면서 내 생을 보듬고 있었다. 풍금 소리는 잊혀지지 않는 날들을 고이 접어 두고 언제든 열어보아 주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찬란한 수식어나 빛나는 경력 없이도 고난과 절망을 견딜 수 있었던 당찬 의지를 계속 공급해주고 있었다. 

 

풍금 소리가 남긴 것은 고된 이방인의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었던 낯섦 속에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때로는 실향민의 외로움을 감싸주려는 매개체로 시대적 아픔을 돌보아 주기도 했었다. 화려하고 완벽한 디지털 사운드 대신 헐떡이는 숨결과 바람이 섞여 만들어졌던 풍금 소리는 노년의 길목으로 들어선 우리네들에겐 시대상으로는 서툴 수 밖에 없는 세대적 격차가 느껴지는 배경이 존재하고 있지만 다사로운 기억을 남겨주기에 충분한 여운을 안고 시대적 애환을  감싸주는 위로의 보루가 되어주었다.  

 

마치 꽃들이 새 봄을 기다렸다는 듯이 곱게 피어나 듯, 뿌리와 중심 둥지와 가지가 살아있으면 다시 활짝 꽃이 피어 나듯, 풍금 소리도 살아있는 생 음악이 되어 찬란하게 다시 피어나곤 한다. 딸내들이 그리우면 손수 풍금으로 동요를 반주하면서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들을 녹음해 두었던 보이스 레코더를 열어보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도 풍금 소리는 밤 하늘에 흐르는 달 빛 같이 별 빛 같이 노심의 길목들을 밝혀주고 있다. 생의 페달을 밟을 때 마다 유년의 맑은 모습 그대로 살아가라는 격려로 성원으로 이어져 왔다. 풍금 소리는 여태껏 생애의 강줄기에서 기억으로 흔적으로 남아 노년이라는 생의 언덕배기에서 맴돌고 있다.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투표 안내문이 왔다고 투표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케빈 김 법무사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지아에서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선거철이면 우편함에는 각종 안내문이 쌓이고, 휴대전화에는 참여를 권하는 문자가 이어진다. 그러

[행복한 아침] 노을 곁에서

김 정자(시인 수필가)    시월로 접어들자 일조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산뜻한 가을 기온이 옷깃을 여미게 하더니 노을을 만나는 시간도 앞당겨졌다. 얼마만인가 땅거미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사랑의 마음과 따뜻한 배려가 싹틀 무렵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사랑의 마음과 따뜻한 배려가 싹틀 무렵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자유와 평등과 행복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 나라에서도 스스로 고립과 소외를 선택한 노숙자의 삶의 현실에서 많은 것을 생각한다. 사회 복지정책에 의

[신앙칼럼] 하나님 나라의 서막: 〈형상〉과 〈영광〉 (Kingdom Prologue: Image and Glory)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신명기Deuteronomy 6:4-5 1. 태고(太古)와 현하(現下), 그리고 영원불변의 현상인류의 역사는 시공간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9)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9)

연방 보조금(SSI) 수급 자격을 지키는 변동 사항 신고와 오지급 방지 가이드· 부제: 소득·자산·주거 변경의 '익월 10일' 신고 원칙과 과다지급 환수·페널티 예방법·공식 발표일

[추억의 아름다운 시] 행복

유치환 시인 사랑하는 것은사랑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제각기

[삶과 생각]  처참하고 비참한 천재와 인재
[삶과 생각] 처참하고 비참한 천재와 인재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성경의 기록과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천재(天災)와 인재(人災)는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 계속되어 왔고 현재도 이어지며 미래에도 계속될

[삶이 머무는 뜰] 당신은 끝내 행복한 나그네

조연혜 수필가 어떤 활기찬 것들은 치열함 속에서 비로소 생기를 얻는다. 관광객과 시민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시애틀의 영혼’이라 불리는 파이크플레이스마켓. 미국에서 가장 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으로 하수 역류까지 보상될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으로 하수 역류까지 보상될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우리는 이 단순한 원리를 이용해 집 안의 수도와 배수시설을 설계한다. 싱크대에서 사용한 물도, 샤워실의 물도, 세탁기의 물

[애틀랜타 칼럼] 건전한 불만은 세상을 이끄는 힘

이용희 목사 우리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그 일에서 만족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연스럽게 일에 적응하고 자신의 인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만족이란 자신이 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