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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어른  다움의 서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6-05 08: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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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정자(시인 수필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은 내 보이기 싫은 것들이 늘어난다는 말과 동의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름살, 흰머리, 아집, 애착이 은근히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믾은 것을 잃어가고, 그 소멸을 지켜 보아야 하는 애잔함을 옷 깃 속으로 감추는 일이 잦아진다. 사랑, 희망에는 적극적 이었는데 의욕, 기억력 유실로 인한 상실의 시효를 경험하게 되면서 잃어가는 것이 있으면 얻게되는 것도 있다는 공식성립을 절감하게 된다. 영원히 동행할 수 없는 후손 들이기에 믿음의 보루로 구축해온 기둥 같은 자리가 묵묵히 전수 되기를 소원하는 기도의 자리까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몫이다. 남은 날이 줄어들수록 살아온 삶의 정직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으매 긴장감이 맴돈다. 본의 아니게 깊이 의식하지 못한 과하게 페인팅 된 자아를 한꺼풀씩 벗겨내다 보면 담백한 본디 모습과 마주하기도 하고, 나이든다는 것으로 상실이 아닌 되찾음의 영역으로 입성하게 되는 행운도 얻게 된다. 잊고 지냈던 본연 모습을 다시 돌이키게 되는 과정이 지닌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할 수 있겠다.

 

늙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더는 바랄 것이 없다고 단언하며 희망을 차단해버리려는 오기로 하여 생의 유한성과 허무를 깨닫기 시작할 무렵,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지는 낙담, 낙망으로 인한 무기력이 덤벼들 때이다. 자기 방식대로 살아왔고 또 살아갈 것이지만 나이 들었다 해서 뒤로 물러날 은신처를 찾을 이유는 없다. 정체도 없고 퇴로도 없다. 이런 와중에도 어른 다움을 어떻게 간수 하며 고수해 가야할 것인지에 대한 자문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노인과 어른의 기준점은 없지만 가늠할 수있는 기본 기점은 존재한다. 나이 무게 만으로 다 어른으로 존칭해 드리기에는 많은 미흡이 따른다. 나이 많고 오래 살았다면 노인일 뿐 어른은 귀하고 흔하지 않음이다. 나이 만큼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분별력이나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를 깨닫는 자존적 능력이나 존대 받을 만한 슬기로움을 갖추지 못한 채 그저 오래 생존 했다는 것으로 어른 대접을 받으려 한다면 이는 분명 불상사가 초래될 것이다. 오래 살았다면 노인일 뿐 어른다워야 어른이다. 시니어 인구는 계속 기하 급수 적으로 더해 가는데 어른의 자리를 지켜내실 분들은 찾기 힘든 안타까운 시대이다. 

 

100세 시대로 돌입하면서 멋진 어른으로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뒷받침이 될 만한 좋은 서적들이 발간되고 있다. 현실적 문제에서 영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노년으로 접어드신 분들을 눈여겨 보노라면 인격적인 면에서나 그 성향이나 공통점을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다. 소소한 일에도 노여움을 사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못마땅해 하고 불만에 찬 넋두리가 잦아지는 분들 곁에 있게 되면 좌불안석이 되기 십상이다. 한편으론 마음가짐도 생각도 여유로워지고 만사를 넓고 깊게 다스리려는 의지가 돋보일 만큼 남은 생을 아름답게 추스르며 귀감이 되는 분들 곁에 있게 되면 어른 다움에서 풍겨나는 노년의 향기가 느껴진다. 나이를 더하게되면 나이 만큼의 나잇 값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나잇값은 나이가 깊어가면 갈수록 상승해야 하는 인생의 값어치 다. 그 값어치의 가치관 기능이 떨어졌다면 이는 인생을 잘 못 살아온 것일 수도 있겠다. 나이 값은 누구나 다 슬기롭게 감당하며 살아가야 할 의무 같은 것이라 하고싶다.  

 

어른 다움의 서사는 나이를 먹는 생물학적 과정이 아닌,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의식하며 주변의 평안을 위해 자제할 줄 알며, 내면을 성숙하게 다듬어가는 자기 서사를 의미한다. 사회적 기준이 변하면서 '어른'이라는 역할의 무게는 지난 세대와 많이 달라졌다. 완성된 모습이 아닌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 그 자체가 현대적인 어른 다움의 서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어른 다운 어른으로 칭송받는 것은 모든 노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요 살아오신 동안의 덕행이나 공로를 기리며 정중히 올려 드리는 예물 같은 것이다. 세월 따라 나이만 더해 가는 것이 아닌 성숙의 서사를 위해 비움과 나눔은 물론 자신 과도 평화롭게 지낼 줄 아는 끼달음의 과정에서 어른 다운 품격 완성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시대적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심중의 중심을 잃지 않으며, 자신이 서있어야 할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자세가 어른 다움의 서사를 열어가는 길이 될 것이다.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 다운 어른이 되기 위해 지녀야 할 삶의 태도가 요구된다. 성숙하고 책임감있는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순수와 성찰을 향한 다짐이 타인을 향한 품격과 포용력으로 발산되어야 할 것이다. 모쪼록 바라건대 어른 다운 어르신들의 행보가 제한없이 드러나기를 기원해 본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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