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명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조밥이 맛있는 내 고향으로.
아이들 하눌타리 따는 길머리엔
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글레 산에 올라 무룻을 캐고
점중화 싱아 뻐꾹새 장구채 범부채
마주재 기룩이 도라지 체니 곰방대
곰취 참두릅 홋잎나물을
뜯는 소녀들은
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
개암쌀을 까며 소녀들은
금방망이 은방망이 놓고 간
도깨비 애기를 즐겼다.
목사가 없는 교회당
회당지기 전도사가 강도상을 치며
설교하는 산골이 문득 그리워
아프리카서 온 반마(斑馬)처럼
향수에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메밀꽃이 하이얗게 피는 곳
나뭇집에 함박꽃을 꺾어오던 총각들
서울구경이 원이더니
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꿈이면 보는 낮익은 동리
우거진 덤불에서
찔레순을 꺾다 나면 꿈이었다.
노천명(1911~1957)은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는 구절로 유명한 시인이자 언론인입니다. 1930년대 감성적인 시풍을 이끌었으나, 일제강점기 말기 친일 활동에 참여한 이력을 남긴 양면적인 평가의 문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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