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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최초의 음성, 최초의 별의 노래: 죽음을 각오한 자가 걷는 사랑의 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6-25 09: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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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The First Voice, the First Song of the Stars: The Path of Love Walked by One Ready to Face Death:이사야(Isaiah) 42:1-7)

 

[서론] 배수진의 음성: “사수하든지, 아니면 죽음을 각오하라!”

6·25 전쟁이 정점으로 치닫던 가장 어두웠던 시기, 미 제8군 사령관 월튼 워커(Walton H. Walker) 장군은 낙동강 전선의 장병들에게 단호하고도 역사적인 명령을 내렸습니다. “Stand or Die(사수하든지 아니면 죽으라).”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도망칠 곳도 없는 <절체절명(絶體絶命, A matter of life and death)의 순간>이었습니다. 그 명령은 단순한 군사 전술이 아니었습니다. 존재 자체를 건 <배수진(Last Stand)>이었고, 벼랑 끝의 결단이었습니다. 물러서면 나라와 민족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었고, 죽음을 각오하고 버텨내면 승리의 희망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걷는 신앙의 길에도 이처럼 <영적 배수진(A Spiritual Last Stand)>을 쳐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거센 세속의 가치관과 타협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마침내 내게 맡기신 사명의 자리를 피 흘리기까지 지켜내야 하는 순간입니다. 참된 믿음은 종종 안전하고 편안한 길을 선택하는 요령이 아니라, 약속의 땅을 사수하기 위해 죽음마저 각오하는 거룩한 결단으로 증명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이 위대한 결단은 인간적인 오기나 독기, 혹은 <자기 증명(自己證明, Self-authentication)>의 야망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세상의 위협을 압도하는 우리의 담대함은, 세상이 시작되기 전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거룩한 한 음성(One Holy Voice)>에서 시작됩니다.

 

[본론 1] 하늘이 열리는 '최초의 음성(The First Voice)'

“내가 붙드는 나의 종, 내 마음에 기뻐하는 자 곧 내가 택한 사람을 보라!” (사 42:1)

선지자 이사야는 암흑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백성들에게 장차 오실 메시아를 “하나님의 마음에 기뻐하는 자”로 소개합니다. 그리고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예수님께서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 위로 올라오실 때 마침내 하늘이 열리며 동일한 음성이 온 우주에 울려 퍼집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마 3:17).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복음의 신비가 있습니다. 이 웅장한 하늘의 음성이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이 ‘시작되기도 전에’ 선포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때 예수님은 아직 단 한 번의 기적도 행하지 않으셨고, 대속의 십자가를 지지도 않으셨으며, 제자들을 불러 모으지도 않으셨습니다. 아무런 성과도, 업적도 증명하지 않은 그 순간에 하나님은 먼저 선언하셨습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이것이 바로 복음의 위대한 출발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조건이나 성취 때문에 사랑하시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를 자녀로 부르십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네 존재 가치를 증명하라!”고 다그치며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지만, 하나님은 먼저 말씀하십니다. “너는 이미 내 사랑 안에 있다.” 죽음을 각오하는 믿음은 <자기 확신(自己確信, Self-assurance)>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하나님의 사랑 안에 있는 존재, 곧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The Beloved)’라는 확신에서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본론 2] 고난의 밤에 울리는 ‘최초의 별의 노래’

하늘의 음성을 들어 자신의 <영적 정체성(Spiritual Identity)>을 확립한 사람은,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의 결이 달라집니다. 그는 눈앞의 어두운 현실에 압도되어 절망을 노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린 고난의 한복판에서도 꺼져가는 생명을 온 가슴으로 사랑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민족의 암흑기를 통과하던 윤동주 시인은 그의 명시 「서시(序詩, Prologue)」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했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그가 발을 디디고 있던 시대는 숨조차 쉬기 힘든 참혹한 밤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밤의 두려움 대신 하늘의 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억압받고 신음하는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끝까지 사랑하기로 결단했습니다. 이 고백은 나약한 시인의 낭만적 감상이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종이 걸어가는 필연적인 길이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묵묵히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입니다.

이사야가 예언한 여호와의 종은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시는 분입니다(사 42:3). 세상이 가치 없다고 버리는 존재를 품어 안고, 죽어가는 영혼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전부를 내어주는 사랑입니다. 별은 가장 어두운 밤일수록 가장 선명하게 빛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어떤 고난도 우리 영혼에 새겨진 별빛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고난의 밤이 깊어질수록,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더욱 찬연하게 드러날 뿐입니다.

[본론 3] 죽음을 각오한 자만이 사랑할 수 있다

사실,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도 용기 있는 모험입니다.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고 방어하려는 사람은 결코 끝까지 사랑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한없이 기다려야 하며, 때로는 심장이 찢어지는 상처(傷處)를 받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인류를 향한 사랑 때문에 십자가 앞에서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은 죽음을 각오하셨고, 바로 그 거칠고 참혹한 골고다의 자리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완전한 사랑을 확증해 보이셨습니다. 십자가는 다름 아닌 ‘하나님의 배수진(God’s Ultimate Last Stand)’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당신의 독생자라는 다리를 불태우셨고, 예수님은 자신의 생명을 버리심으로 죽어 마땅한 우리를 살려내셨습니다.

그러므로 참된 기독교 신앙은 맹목적으로 버티는 <악바리 신앙(Relentless faith)>이 아닙니다. 나를 살리신 그 주님의 사랑을 나도 흘려보내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버티는 신앙(A faith that perseveres for the sake of love)’입니다.

[결론] 사명으로 버티고, 사랑으로 걸어가라

<현하(現下, The World Today)>, 워커 장군의 처절한 외침이 육신의 ‘생존과 군사적 승리’를 위한 결단이었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결단은 온 인류의 ‘영원한 구원과 사랑’을 위한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서 단지 살아남기 위해, 혹은 마지못해 하루를 버텨내는 생존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하늘이 열릴 때 들려오는 ‘최초의 음성’을 듣고, 밤하늘을 수놓는 ‘최초의 별의 노래’를 부르며, 십자가의 사랑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야 하는 사명자들입니다. 오늘도 세상의 거센 바람이 당신의 믿음과 삶을 통째로 흔들고 있습니까? 그러므로 더욱 최초의 음성을 붙들고, 최초의 별의 노래를 부르십시오. 죽음을 각오한 고독한 사랑의 길 끝에는, 십자가의 어둠을 찢고 부활의 찬란한 새벽이 반드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단의 기도]

사랑과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 아버지, 세상의 거친 소음과 죽음의 두려움이 가득한 암흑의 시대 속에서도,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주님의 세미한 음성을 놓치지 않게 하옵소서. “너는 내 사랑하는 자요 내 기뻐하는 자라” 하시는 그 은혜의 선언이 오늘 우리 영혼의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되게 하옵소서.

고난의 밤이 깊을수록 도리어 하늘의 별을 노래하게 하시고, 내게 맡겨주신 모든 죽어가는 영혼들과 삶의 자리를 온 가슴으로 사랑할 수 있는 담대한 믿음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십자가라는 배수진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으셨던 주님처럼, 우리 역시 주님 가신 사랑의 길을 묵묵(默默)히 따르게 하옵소서. 죽음을 각오한 숭고한 사랑으로 마침내 세상을 치유하고 살려내는 통로가 되게 하옵소서.

우리 뒤에 배수진을 치시고 친히 승리하신,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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