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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바램과 포기 미학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6-26 08: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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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정자(시인 수필가)  

 

AI 분야의 석학 므리난크는 미국에서 최대 화제의 기업중 하나인 엔트로픽의 AI 안전 책임자였다. 그러던 그가 최근 영국으로 시 공부를 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 과학은 우리에게 세상이 어떻게 작동 하는지 알려 주지만, 시(詩)는 세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려 준다" 는 상징적인 말을 남겼다. 글 쓰는 사람의 핵심 태도에 산뜻한 도전을 던져 준다. 글쓰기란 과분한 일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라는 자리에서, 독자 분들을 위해 정직한 진정성이 담긴 최소한의 겸손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게 된다. 글쓰기란 작업을 이어오는 동안 글을 다듬어 가는 과정은 많은 시간의 할애를 요구 받으면서 지금까지 써 왔던 문장들이 마치 한 권의 자서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롯한 문장을 남기기 위해 때로는 날카로운 표현의 필요성을 절감 하기도 하고 파격없는 일상도 묘사에 따라 문장의 격이 달라 질 수 있다는 것도 통감 하게도 된다. 이는 섣부른 판단이나 자기 중심적 해석보다는 모든 삶의 이야기를 존중해야하기에, 저마다 곡진 하고 융숭깊은 사연을 가진 인생들이 모여 세상이란 도서관이 지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쓴다는 일에서 한계를 느끼면서도, 마땅히 내려놓아야 할 것을 붙잡고 있을 때가 더 힘들다는 것을 절감 하면서도, 정작 포기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계속 써야만 글쓰기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주위의 권면에 마음이 실렸던 일까지도 틈틈이  위로로 붙들 면서 스스로에게 가하는 모진 매를 모면해 보려 했던 아픔도 숨길 수 없음 이다. 내려놓을 것을 정중하게 내려놓을 때, 비로소 다음 장이 열리기도 하는 것인데. 잎새가 초록 푸름을 내려놓으며 급기야 낙엽으로 떠나 보내는 또다른 여정 준비를 목격 하면서 인생은 되돌이 표가 허용되지 않음을 소명처럼 받아들이려 겸손의 띠를 추스르기로 했다. 강물 처럼 유유히 흘려 보내는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 세월 또한 흘러 가는 강물 마냥 흘러가버린 옛 사연이 있을 터이고, 건너야 할 강폭이 있기 마련이라 강나루 수심을 어림 잡느라 삿대로 감지해가며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 

 

흐르는 강물은 과거라는 그림 틀을 남겨 두고 유유히 흘러가는 동안 발바닥은 만신창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강변 모래가 발바닥을 감싸주며 어루만져 주었기에 인생 조감도가 완성의 고지를 향한 홀로 서기를 감당 할 수 있었으리라. 세상이란 무대가 아무리 소란스레 바뀌어도 주인공은 요동이 없이 무대를 떠나지 않는 법, 은발의 할머니가 연출해온 무대 이긴하지만 막이 내릴 때 까지는 슬픈 배경 음악이 흐르기도 하고 따스한 조명이 무대를 채우기도 하면서 무대 이야기는 흘러간다. 지금 껏 홀로 만든 화폭 이요, 무대 였기에 오늘도 글을 쓰고 문장을 만들어 간다.  

 

바램은 그 바램 만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이 아니다. 포기 또한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바램은 하늘로 부터 마냥 주어진 설정도 아니요, 소망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었다. 내려놓음 이란 자유를 통해 평온한 생을 살아낼 수 있을까, 반문을 거듭하기도 하고, 긍정 라인에 들어서기도 하면서 숱한 밤을 먼 기적 소리와 함께 사념을 나누어 온 날들이 무더기가 되고 언덕을 만들었다. 해서 바램과 포기 모두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인 것으로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하얀 백지 마다 최선 껏  말끔한 정리 정돈으로 여백을 채워가며, 독자와의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단정하고 조화로운 문맥 흐름을 잃지않으려 노심초사 해오는 동안 인정받고 싶은 부끄러운 소망이 바램과 포기라는 미학을 창출해 낸 것이다. 

 

이리 저리 이끌리면서도 붙들고 온 문장들이 쌓여가고, 일구어 낸 글쓰기를 통해 얻어진 지금의 자유는 하냥 얻어진 것이 아닌, 바램과 포기 미학임을 선명하게 일러주고 있다. 가끔 친애하는 독자 분들로 부터 글에 대한 엄중한 비판을 받을 때면 한 없이 풀이 꺾이고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이제금은 사랑의 보약을 대접 받았으매 감사를 아끼지 않게 되고 평정을 얻게 되곤 한다. 버려지는 원고지가 쓰레기통에 넘쳐날 지라도 바램과 포기의 미학을 진설 해가며 계속 쓰는 일에 집중하며 문장을 만들어 가려 한다. 익숙한 길을 걷다 보면 떠오르는 우연의 가치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바램과 포기 미학의 다양성과 창조성이 시대적 아이러니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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