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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아침 나절의 삽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4-10 08: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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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정자(시인 수필가)        

           

청각이 이미 나빠진 분들,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과정에 있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 단순히 못 듣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목소리까지 키워버린 정황이다. 얘기를 나누려면 주위를 한 번 둘러보는 습관들이 있음도 공감하게 된다. 사람이 나이가 깊어져 갈수록 오감 능력이 쇠퇴 일로 감퇴현상을 걷게 되는 것이 당연지사인 것인데 점차 행동이 마음에까지 무디어 지면서 세상을 무감각 상태로 살아가야 할 것 같은 기우로 의기소침 서러움이 밀려들기도 한다. 하소연이 불거지고 인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불손한 사람으로 치부된 것은 이미 굳어진 상처로 자리 매김하고 있음에 동병상련의 정을 풀어놓기도 한다. 이구동성 혼자이고 싶은 시간이 늘어나고 여행이나 카페나 음식점 출입도 눈치 보지 않고 예전처럼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상큼함을 만나게 되려는 지, 넘어진 김에 쉬어 가듯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 준다. 

 

인생 여정이란 늙음과 젊음의 분기점을 자로 재듯 분리 되는 것도 아닌 터라 세상 만사를 끌어 안고 관심을 가지고 재미를 찾아낼 때 허물어가는 오감 가운데서도 하루들을 보람으로 살아 가자고, 새로운 도전을 붙들자는 결단으로 서로를 다짐하기에 이르기도 한다. 사람은 청각, 시각, 후각, 미각, 촉각이란 오감을 부여 받았다. 오감가운데 인지능력이 우수 한 것이 시각이라고 하는데 언제부터 였는지 청각 상실 현상 이후로 시각과 촉각이 동시에 일을 하기 시작했다. 청각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려는 것인지 근사한 풍경을 만나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은 일을 만났을 때 가슴에서는 이미 배경음악 같은 클래식이 울려날 때도 있고 찬양곡의 울림을 생음악처럼 듣게 되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과한 축복의 누림이다. 

 

매일 맞게 되는 일상인데 그 일상이 삶의 활력소였음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시간을 더 자주 대면하고 싶음을 창조주께 아뢰기에 이르렀다. 사람이 늙으면 오감이 무디어지지만 주어진 일에 대한 가치와 성취감으로 보람을 느낀다면 복된 삶에 들어선 것이나 진배없음 아닐까. 하지만 오감 축소현상을 겪게 되면서 성인군자가 아니면 감당하기가 힘들어져 갈 것이다. 환골탈태 하더라도 군자 비슷한 흉내조차 못 낼 사람이다. 글줄이나 쓴답시고 온갖 세상 멋은 다 부리지만 정작 소인배나 다름없음이다. 평상시엔 두드러진 실수 없이 잘 버티다가 생각치 못한 여차한 일이 닥치면 감당 못할 속물근성이 마음을 휘젓곤 했으니까. 

 

나이 들면서 생긴 장애로 하여 발생한 비하의 눈짓이 마음을 병들게 하는 고약한 버릇이라 얼버무리기엔 부끄러움이 크다. 장애로 인한 편견과 자리 합리화의 벽을 넘지 못한 불손이며, 가라앉혀야 할 쥐꼬리만한 지식의 난무가 빚어낸 멋쩍은 죄책감이며, 내적 거리낌이나 수줍음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부정적 감정 발로로 인한 수치심도 한 몫을 하고, 염치없음도 서슴없이 나대기도 하는 쪽팔림을 피할 길이 묘연해 진다. 심지어 내 삶에 밀착된 피와 살로 굳어진 든든하고 믿음직한 생의 철학 이라 여겨왔던 삶의 논리도 더는 초라하기 그지 없음이다. 갈수록 느슨해 지려는 긴장감에 밀착해야 한다는 다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부끄러움이 밀려 들 땐 면피의 방편으로 혼자이고 싶어 진다.

독백인지 넋두리 인지 모호한 감성들이 서사를 이어가는 아침 나절의 삽화를 이즈음 들어 자주 만나게  된다. 아침 나절이면 다가오는 삽화 시간을 이렇듯 평온한 묵상의 시간으로 만들어 가려 한다. 아침 나절의 삽화가 조용하게 새 아침을 단장하고 있다. 그랬다. 알고 보면 생의 완벽한 그림은 없는 법인데 불시착하듯 세상을 만나면서 별다른 착상도 없이 덤빈 삶이라 미완성으로 끝 날 수 밖에 없음을. 인생의 완벽한 명작은 없다. 시작과 매듭의 구도도 없는 미답의 인생은 미완의 진행중으로 끝이 날 것이다. 아침 이면 그려지는 삽화가 부질없는 깃발의 펄럭임 이라 해도 부르시는 그 날까지 주어진 생애를 꼭 붙잡고 살기로 한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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