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김 법무사
미 연방 상원에서 미국 시민권자의 이중국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미주 한인 사회의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만약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가진 복수국적자들은 1년 내 한쪽 국적을 선택해야 하며, 기한 내 결정을 하지 않으면 미국 시민권을 자동으로 상실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충격이 적지 않다. 특히 선천적 복수국적자와 장기 거주 재외동포에게는 실질적 파장이 매우 크다.
지난 1일 버니 모레노(공화·오하이오) 상원의원이 발의한 ‘배타적 시민권 법안(Exclusive Citizenship Act of 2025)’은 미국 시민이 외국 국적을 보유하는 행위를 “충성심 분열”로 규정하며, 미국 시민은 오직 미국 국적만 보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도 1년 내 하나의 국적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강경한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지지층 결집 목적과 함께, 이민·시민권 제도를 통해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번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충격을 받는 집단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다. 한국 국적법은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자이며 출생지가 미국 등 속지주의 국가인 경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양국 국적을 동시에 인정한다. 또한 65세 이상 재외동포는 일정 요건 하에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중국적을 전면 금지한다면 이들은 결국 한국 국적을 포기할지, 미국 시민권을 유지할지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특히 남성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병역 의무가 얽혀 선택 과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미국 시민권을 유지하려면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데, 한국 법률상 만 38세 이후에야 국적이탈이 가능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1년 내 국적 선택을 강제한다면 미국 시민권을 지키는 과정에서 한국 병역법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국 국적을 포기할 경우 현실적 변화도 크다. 한국 방문 시 비자 또는 전자여행허가가 필요해지고, 한국 내 부동산 보유·상속·증여·금융 거래·연금 수령 등 실생활 전반에 법적 조정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해 온 재외동포에게는 불편과 손해가 적지 않은 구조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두 국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 이 법안은 ‘발의 단계’일 뿐이며, 실제 입법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중국적을 광범위하게 용인해 왔고, 연방대법원 역시 1967년 Afroyim v. Rusk 판결에서 정부가 개인의 시민권을 임의로 박탈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하게 확인해 왔다. 미국 내 이중국적자는 수백만 명에 달하며, 동맹국과의 외교·군사 협력, 해외 거주 시민의 권익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면 단번에 정책이 바뀌기 어렵다. 더욱이 상·하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을 모두 거쳐야 하는 연방 입법 절차를 감안하면 즉각적인 변화는 현실성이 낮다.
그러나 이번 법안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난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정책 방향 속에서 이민·시민권 제도를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자 하는 흐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충성 의무”와 “국적 선택”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는 향후 다른 형태의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즉, 이번 법안 자체의 통과 여부보다, 이중국적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한인 복수국적자와 재외동포 가정은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국적·시민권 정책 변화의 흐름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병역 연령대에 속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 가정, 한국 내 재산을 보유한 시민권자, 장기간 양국을 왕래하며 생활하는 재외동포라면 관련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이 법안은 지금 당장의 실질적 위협이라기보다, 이민·시민권 체계 전반을 재구성하려는 정치적 신호탄에 가깝다. 다만 법적·정책적 환경이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만큼, 미주 한인사회는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대비하고, 권익 보호에 필요한 선택지를 미리 검토해 두어야 한다. 불필요한 공포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 기반의 준비이며, 이번 논란이 오히려 한인사회 내 국적·시민권 관련 이해를 정교하게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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