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수필]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하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9-29 10:37:15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하라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무릎 관절이 시큰거리더니 결국 탈이 났다. 갑상샘 기능 저하로 불어난 체중을 줄여보려고 걷기 운동을 무리하게 계속했던 탓이었다. 다행히 엑스레이 상으론 별 이상이 없다니, 불편함이 조금 나아질 때까지는 한동안 쉬었던 수영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거의 5년 만에 다시 수영을 하려니 호흡이 달렸다. 풀장 벽에 기대 쉬기를 여러 번 하다가 옆 라인에서 헤엄치던 한 여성과 눈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비슷한 연배의 한국 아줌마였다. 늦은 시간에 수영하러 온 이유를 묻기에, 먹고살다 보니 이 시간에야 겨우 짬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나이든 여자가 아직도 일하는 것이 딱하다는 표정이었다. 놀랍다는 말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한동안 이어졌다. 그 내용인즉 그녀는 '공직자 출신 남편과 박사 아들을 가진, 평생 한 번도 일 해본 적 없다는 강남 출신 여사님이란 소리였다.

강남 사람은 부자라는 등식을 나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알았다. '강남 바람'이 불기 전에 한국을 떠났던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 잡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외아들이 박사 학위를 딴 후 '박사님'이라고 부르고 싶어 일부러 매일 아들에게 전화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어머니의 행복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서 절로 웃음이 터졌다. 그것도 잠시, 며느리 이야기로 넘어가자 그녀의 입에서는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다. 좋은 점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며, 아무리 가르쳐도 좀처럼 변하는 게 없으니 속상해서 참기 힘들다는 며느리 험담이었다.

잠시 호감을 가졌던 내 마음이 불편해졌다. 역시 화가 담긴 말은 파편과 같아서 본인뿐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껄끄럽게 만든다. "저는 며느리와 함께 살지 않아서 잘 몰라요" 하고 멀어지려는데, 그녀가 내 뒤통수를 향해서 재빠르게 말했다. "자기는 수영하는 방법이 틀린 것 같아. 예쁘게 보이려고 그러는 건지는 모르지만, 팔을 쭉쭉 뽑아대니까 속도가 안 나는 거야." 

내 수영 모습이 그녀의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었나? 수영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하지만 내 무릎 건강이 우선이지. 삼십분 동안 수영 하면서. 생각해 보니, 오른쪽 어깨에 오십 견이 왔을 때 고쳐보려고 나름 고안했던 자유형에서 팔 움직임이 몸에 배어버린 것 같았다. 조금 전 옆 라인에서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팔다리를 휘저으며 개헤엄 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쓴웃음이 나왔지만, 어쩌겠나. 내 수영 자세를 스스로 볼 수 없으니 지적해 주는 그녀를 오히려 고마워해야지.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風)이라 하라'는 우화가 있다. 남보다 짧은 혀를 가진 탓에 정확한 소리를 낼 수 없는 서당 선생이 “‘바람 풍’ 한자를 가르치면서 '바담 풍'이라고 했다. 선생이 '바담 풍' 하니 아이들도 따라서 '바담 풍' 했다. 애가 탄 선생이 아이들에게 다시 말했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희는 '바람 풍' 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잘 따라 해 보거라. 자, 바담 풍!" 학생들은 일제히 "바담 풍!" 하고 그대로 따라 했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서도 남에게는 올바르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보여준다. 이 우화를 책에서 읽었을 때, 자식을 아무리 잘 가르치려 해도 부모가 스스로 본을 보이지 않으면 제대로 가르칠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되돌아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관계가 그러했다. 비록 내가 호의를 베풀어도 상대의 마음과 통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남에게서 '바람 풍'을 기대하기에 앞서, 나의 '바담 풍'은 없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혀 짧은 선생처럼, 나는 '바담 풍'을 내뱉으면서 타인에게는 '바람 풍'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가. 그릇된 것에 대해 아무런 생각 없이 무감각해 지면, 결국 그릇된 것이 옳은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어쩌면 나조차도 깨닫지 못한 채 잘못된 길을 가면서 아이들에게는 올바른 길을 가라고 외치지는 않았을까.

내가 먼저 바른 본을 보이는 것, 그것이 가장 강력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러니 이제는 누군가에게 '바람 풍'을 요구하기 전에, 내 입으로 내뱉는 '바담 풍'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오직 나부터 '바람 풍'을 정확히 발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의 작은 바람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불어갈 수 있으리라. 사는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바담 풍'을 외쳤을까.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7월 10일부터 시행되는 USCIS의 신청서 형식 심사 강화, 작은 실수가 신청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신앙칼럼] 예수 그리스도의 신 출애굽기(The New Exodus of Jesus Christ, 이사야Isaiah 40: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 사랑의 완결판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뜻하는 최고의 언어는 ‘헤세드(인애)’이며, 이 헤세드의 정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잊혀가는 6, 25 한국 전쟁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잊혀가는 6, 25 한국 전쟁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지난 6월 25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6, 25 한국 전쟁 76주년 추념(모) 행사가 있었다. 주체는 애틀랜타 한인회 유진철 회장과 예비역 기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3)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3)

여성의 긴 노후, 쇼셜시큐리티를 더 깊이 알아야 합니다오래 사는 삶일수록 기록과 선택이 더 중요합니다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3월 23일 / 자료 출처

[삶과 생각] 끝없는 배움의 여정
[삶과 생각] 끝없는 배움의 여정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어느 날 예고 없이 태어나 예고 없이 떠나는 것이 생명체들의 숙명이다.  사는 동안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가느냐 그것이 문제다.  잘

[내 마음의 시] 장미국수버섯

배형준 시인(소들녘  대표)                                                    찜통 더위에는시원한 국수만 한 것이 없지삼 십여 년 냉면사리

[수필]  찌그러진 소묘
[수필] 찌그러진 소묘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데생 클래스에서 강사님이 회원들에게 그림 한 장을 들어 보여주었다. 전 권사님이 그려낸 핸드 그라인더 소묘였다. 그 그림은 한마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중고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새것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중고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새것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떨어진다. 새 자동차를 사서 차고를 나오는 순간 가격이 내려간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텔레비전, 냉장고, 가구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2)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2)

2032년, 정말 쇼셜시큐리티가 사라질까요?2026 신탁기금 보고서가 우리에게 보내는 진짜 메시지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6월: 자료 출처: 2026 So

[애틀랜타 칼럼] 관심의 힘

이용희 목사 세상에는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의 본성이 상대방 보다는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