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자(시인 수필가)
최근 ‘자진 추방’된 참전 용사 박 세준씨의 기구한 출국 사연이 보도된 바 있는데 한국에서 다시PTDS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재발되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미군 베테랑으로 7세에 미국으로 이주해와 50년 가까이 살다 출국하게 되었다. 육군으로 복무 한 그는 지난 1989년 파나마 독재자 국방군 총 사령관 축출 작전에 투입되어 두 번의 총상을 당한 공로로 ‘퍼플 하트’ 훈장까지 받았지만 군 복무 기간 12개월에 미치지 못해 군 복무에 따른 자동 귀화 혜택을 받지 못한 영주권 소지자이다. 과거 마약 소지 및 법정 불 출석 혐의로 3년형을 복역한 적이 있는데, 마약에 손을 댄 이유는 환락이 아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때문이었다. 군사작전에서 생과 사를 오간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 정신적으로 무너진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결국 약물에 의존하는 선택을 했다. 만약 그에게 적절한 재활 센터나 정신 건강 치료 안내가 제때 제공됐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박씨는 복역 후 과거를 반성하며 건강한 삶을 살아왔다. 하와이에서 자동차 딜러로 일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성실히 살아왔다. 출소 직후 이민 세관단속국 추방 명령을 받은 바 있지만 우선 추방 대상자가 아니었다. 최근 단속정책 강화로 추방이 실현화 되었다.
이민 당국은 자진 출국 아니면 구금, 강제 추방을 통보 받은 마지막날 가족, 친지 들과 모인 자리에서 “내가 싸운 나라에서 이런 일이 믿기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토로 했다 한다. 결국 그는 지난달 23일, 모친과 자녀들을 남겨 둔 채 한국 행 비행기에 올랐다. ‘자진 추방’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박 세준씨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대가를 치루었고 이후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다. 국가의 ‘무관용 원칙’의 피해자로 가족과의 삶을 송두리째 잃는 다면 그것은 국익을 위한 단속이 아니라 희생양 만들기에 그칠 뿐이다. 단속 실적 계수에 치중하는 단속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바라볼 수 있는 정책 필요성이 절실하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인격 존중을 인정하는 합리성이 살아있는 이민제도야 말로 미국이 지켜 내야 할 미국의 가치가 아닐까. 성실하게 건전하게 살아가려는 국민들이 이 땅이 점점 낯설어지고 혼란의 미궁 속으로 몰아넣는 일은 자제되어야 할 일임을 갈수록 깊이 인지하게 된다.
앞으로 제2의 박 세준씨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터인데 자진출국으로 인한 이산가족은 계속 양산될 전망이 짙다. 불법 체류자 단속이 시작되면서 이미 수 많은 이산가족이 속출 되고 있었고 예측할 수 없는 낯선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무거운 예감이 감돈다. 또한 “영주권 소지자도 범죄 시 추방 가능”경고가 미국 세관 국경 보호국에서 발표되었다. 영주권 소지자들의 범죄 행위가 법적 지위 박탈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기존 관행에 안주해 온 이들에게 갑작스러운 충격일 수 있겠지만 최근 들어 “미국 정신의 부활”이라는 슬로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국의 재도약을 염원하는 국민적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자유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일 게다. 숭고한 청교도 정신을 바탕으로 건국이 되었다. 황무지를 개척하고 인류 공동체의 지도자적 나라를 만들어낸 불굴의 의지로 시대 변화에 부응하며 미국 핵심 가치를 재정립해야 할 위기의식 마저 외면 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미국사회 시스템 전반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나갈 때 비로소 미국 정신의 부활이 가능해질 것이다. 세계 속의 미국은 선망의 대상이 되는 나라였다. 전세계에 선교사를 배출하는 사랑, 나눔이 실천되고 있는 나라로, 유일하게 국민 복지 실행에도 선두 주자가 되어 온 나라였다.
미국 정신의 부활은 미국 사회가 직면한 분열과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 일환으로 건국 이념 재발견과 사회 통합, 미래 지향적인 가능성, 포부, 희망을 국민의 참여와 행동화를 통해 이루어 내자는 이념이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일구어 온 국가 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신앙을 토대로 건국하려는 초석이 놓여지면서 근면, 성실한 개척 정신으로 무장하고 끊임 없는 혁신과 발전을 거듭해왔기에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 유일 초 강대국으로 부상 했다. 짧은 역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적 가치관에 기반한 절제된 삶의 모습으로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고 개척하려는 지적 호기심과 뜨거운 열정의 융합을 통해 ‘미국 정신’ 이라는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했기에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었고 세계적 지도자 자리를 고수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제의 영광에 안주하기보다 현재 오늘의 위기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향한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존경받을 만한 지도력과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시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미국 건국의 3대 가치관은 자유, 평등, 법치주의다. 독립 혁명과 건국 정신, 국가 정체성을 담고 있는 3대 가치관이 퇴색되어가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자각과 반성, 노력이 뼈저리게 시급하게 요구되는, 시기가 도래하게 되었다. 건국정신과 개척 정신이 무색해 지고 있는 시점이지만 미국 시민으로써 누구나 자신의 국가가 자랑스러워야 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낯선 미국은 사양으로 사절하고 싶다. ‘미국 정신’의 부활을 간절히 기도 드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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