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시인·수필가)
태초에 창조주께서 만물을 창조하시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하신 다음 동방 에덴 동산에 부부를 두어 가정을 이루게 하시었다. 가정은 모든 관계의 바탕이요 삶의 이유를 창출해 내는 근원이 되어왔다. 권세와 명예와 부를 소유했다 할지라도 온전하게 가정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결코 바람직한 삶이라 할 수 없음이요, 아무 것도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이지만 화목한 가정을 지켜냈다면 행복한 일생을 보낸 사람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임금이든 농부 든 가정에서 기쁨을 찾는 자가 가장 행복한 자’임을 대 문호 괴테는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고백했다. 행복이란 단어는 가족이란 울타리를 두른 가정에서부터 라 할 수 있겠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5월처럼 훈훈해야 하는 것인데, 질서가 얽혀버리면 회복을 위해 견뎌내야 하는 아픔과 희생은 실로 버거운 것이라서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가정의 필연성을 깨우치며 가족이 함께 다듬어 내야 하는 귀하고 소중한 임무이다. 가정이라는 둥지에서 기쁨을 생산해내지 못한다면 세상을 살아 내기는 더욱 힘들게 된다.
80대 노부부의 이혼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인생길이 얼마나 남았다고 그냥 덮고 사시지 싶기도 하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길을 택했을까 하는 두 생각의 갈래가 두서를 잡지 못한다. 일생을 함께 보내면서 생각이 가지런히 모아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헤어지자는 말들이 쉽게 등장하는 세태가 되어버린 시점이라서 철로 마냥 나란히 충돌 없이 멀어지지 않으며 가까워지지도 않는 만남이 오히려 격정이 끼어들 틈도 없이 권태의 시기도 없이 긴 여정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일기도 한다. 관계는 감정의 흐름 없이 나란히 가기만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닌, 난류와 한류의 흐름이 섞이면서 결속되는 것이라서 따뜻한 시선을 나누었던 시간들이며 실망과 회복을 번복하면서 때로는 권태로운 시간들을 극복해가는 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틈새를 채워주었기에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두텁게 만들어 왔을 것이다.
가족이 함께 살아가면서 가꾸어 온 전통적 흐름과 문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정 공동체 나름의 분위기는 감각이나 깨달음을 통해 저장되어온 감성의 집대성이다. 가정 특유의 독특한 느낌이 배어 있는 문화 창출이기에 가족 구성원 간의 인격적 존중과 유대가 바람직한 가족 문화를 창조해내는 초석이 되어줄 것이다. 함께 공감하고 배려하는 끈끈한 사랑의 띠가 가정 문화를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힘의 응집이 되어 밀착된 가족애를 이끌어 왔을 것이다. 이렇듯 가정은 가족 고유의 문화 근거지로 다져진 공동체이다. 사랑의 결집에서 창조된 문화가 나아가서 사회적인 문화로, 나라의 문화로, 세상의 문화로 재 창조 되는 것이다. 개인과 가정이 행복하면 가까운 친척과 이웃에서부터 사회와 나라가 행복 지경을 함께 누리게 된다. 지도자를 잘 못 만나게 되면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경제지표는 끝 모르게 추락하게 되고 갈수록 난해한 어려움 속으로 늪처럼 빠져들게 된다. 사회가 안정되지 못하면 가정들도 평화가 흔들리기 시작하지만 영원을 향한 믿음으로 시작된 가정이 회복되고 사회가 회복되면 나라도 세상도 회복의 길로 접어들 수 있게 된다. 개인과 가정이 치유되면 사회와 나라가 치유를 경험하게 되고 나아가서 세상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으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동고동락할 수 있는 가정을 주신 감동 어린 깊은 감사가 5월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엉긴다.
일반적으로 사람관계는 유동적이다. 이해타산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라 유익이 되지 않으면 언제나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가족이 쉽게 해체 될 수 없는 것은 영원한 사랑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 사랑은 무조건적이요 영원 불변이다.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지만 피를 나눈 실체들의 강력한 끌림은 존재한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무언 임에도 이끌리는 당김에 매료될 수 밖에 없는, 가족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진한 피붙이 사랑이 가족 울타리를 지탱하게 해준다. 용서와 이해가 불가능한 것들도 가능한 사랑으로 허용되고 수용도 쉬워지고 이해도 너그러워 진다. 혈연관계의 위력이라 할 수 있겠다.
영원한 사랑으로 형성된 가정 공동체는 가족이 함께 지켜 나가야 할 의무라 할 만큼의 책임이 있다. 가족 구성원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건전한 의사소통과 부부 간, 부모와 자녀 간신뢰가 가족사이에 적립되어야만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가족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마음을 모으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5월에만 가정의 달로 지킬 것이 아니라 생을 접는 그 날까지 내내 가정의 달로 지켜낸다면 세상은 한층 더 밝고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꿈꾸는 가정은 봄날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요람이다. 5월 훈풍처럼 향기롭고 생명력 넘치는 소망으로 가득한 가정들로 거듭나기를, 부디 우리 모든 한인 가정들이 화목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의 띠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램 해 본다. 연이어 고국의 모든 가정들과 세상 모든 가정들 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