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특별기고] 결자해지 ‘선천적 복수국적법’

미주한인 | 외부 칼럼 | 2025-05-01 08:34:16

베로니카 장 페닌슐라 한인학부모회 대표 ,선천적 복수국적법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베로니카 장 페닌슐라 한인학부모회 대표  

 

미주 한국일보 4월 10일자에 실린 ‘한인 정체성 뿌리 교육의 결실과 선천적 복수국적법의 아이러니’ 특별기고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한국의 한 국회의원은 “정말 재외 동포 자녀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4월 초에 텍사스에서 외손녀가 태어나 산후조리를 해주고 있는 친구는 기사를 접한 후 “아비를 이어 딸까지!”라며 기막혀했다.

 

그의 사위는 부모가 시민권을 취득하기 전 하와이로 이민 와서 태어나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되었고, 딸은 미국 유학 후 사위와 결혼하여 영주권 상태에서 출산을 했다. 갓 태어난 지 열흘도 채 안 된 아기는 모국의 축복 대신 ‘선천적 복수국적법’이라는 족쇄를 차게 된 것이다. 아기 탄생 소식에 찬물을 끼얹는 기사를 보낸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마음이 무거웠다.

 

로마에 계신 한 수녀님 역시 시애틀에 사는 조카에게 기사를 보내자, “이런 법이 있느냐”며 깜짝 놀라워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대학생 큰아들과 고등학생 작은아들을 둔 조카는 걱정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한인 학부모들의 반응은 더욱 격렬했다. 매년 이맘 때면 단기 해외 유학 프로그램 신청 기간이 다가오는데다, 한국 대학 교환학생프로그램을 희망하는 학생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해당 기사가 나가자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며 연신 질문을 쏟아냈다.

 

시민권자인 학생의 경우, 3개월 이내의 여름방학 어학연수는 한국 비자가 필요 없지만, 한 학기 또는 1년간 체류하는 프로그램은 비자를 받아야 한다. 학생의 신분만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원정 출산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천적 복수국적법 때문에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 학생 가운데 출생 시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한국 국적자였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어 미국 여권이 아닌 한국 여권으로만 한국에 입국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국적이탈을 하지 못한 남성의 경우, 병역기피자로 체포될까봐 두려워 한국을 못가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시민권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들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LA 총영사관에 문의하였더니 “부모가 미국 국적자일 때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는 한국 국적이 없으며, 한국에 출생신고할 의무 또한 없다. 다만, 한국 국적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자녀가 미국-한국 간 여행 시 부모의 미국 시민권 증서 사본을 지참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아들의 한국 방문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채, 왜 자녀 본인에 관한 서류도 아닌 부모의 시민권 증서 사본을 때문에 챙겨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더욱이 선천적 복수국적법의 적용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한국의 법적 절차에 따라 한국에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하고, 부모가 국적상실 신고를 하고, 자녀가 국적 이탈 신고를 하는 과정은 재외 동포 부모와 자녀는 물론 영사관 직원들에게까지 불필요한 행정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국에서는 주민센터에서 쉽게 민원업무가 처리되는 것에 반해, 미국에서는 이민 생활과 학업으로 바쁜 동포 부모와 자녀가 비행기를 타고 먼 거리에 위치한 영사관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법적 절차조차 밟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며 족쇄를 찬 채 살아가는 안타까운 사례도 주변에서 목격하게 된다.

 

이번 조기대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국회의원 시절 원정 출산자를 막겠다며 입안한 포퓰리즘적 성격의 선천적 복수국적법이 수많은 재외 동포 자녀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데,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왜 침묵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맺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다. 홍 후보는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며 법 제정을 주도했으니, 이제라도 “18세가 되는 해에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자동 말소되도록” 하는 법 개정에 앞장서 책임져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입법자들은 국민 정서에 매몰되어 쉬쉬하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법 개정을 통해 재외 동포 자녀들이 선택의 자유를 누리며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추억의 아름다운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날처자를 내맡기며맘 놓고 갈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

[수필] 내 인생에 대한 예의
[수필] 내 인생에 대한 예의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기 합리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배고픈 여우가 높은 가지에 매달린 포도를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타운하우스 보험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타운하우스 보험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은 흔하다. 한국에서도 시골에는 노년층이 남아 있고 젊은 세대는 대부분 도시에서 생활한다. 도시에는 일자리도 많

[내 마음의 시] 님은 나의 봄
[내 마음의 시] 님은 나의 봄

월우 장 붕  익(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긴 겨울 끝에눈이불 뚫고 고개드는수선화이듯이님은 설레이는 기쁨으로내 마음에 찾아왔습니다 님의 몸짓 하나로온 세상은어느새 봄빛으로 물듭니다.

[애틀랜타 칼럼] 최악의 상황에 맞서라

이용희 목사 고민을 이겨내는 방법 중에 “캐리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공기 조절 장치를 개발한 기사이며 캐리어 회사의 사장이었던 윌리스 H. 캐리어가 실행했던 방법

[법률칼럼] 미국 이민, 이제는 ‘기록’이 아니라 ‘패턴’을 본다… 2026년 심사의 변화

케빈 김 법무사  2026년 현재 미국 이민 심사는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개별 사건이나 특정 기록 중심으로 판단이 이루어졌다면, 최근 흐름은 신청자의 전체적인 ‘행동

[행복한 아침] 꽃가루  폭력

김 정자(시인 수필가)   꽃가루가 씻겨 나갈 만큼의 비가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꽃가루가 천지를 덕지덕지 뒤덮는 호통 속에 하루들의 지친 걸음이 지속되고 있다. 세상은 전쟁으로 인

[신앙칼럼] 수미상관(首尾相關)의 하나님: 왕사남의 당당함 (The God of Symmetrical Correspondence: The Poise of a Man Who Lives with the King, 요한복음 1:1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서론] 장막을 치신 왕: 비굴하지 않은 자존감“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삶의 새로운 관점이 열릴 때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삶의 새로운 관점이 열릴 때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새해에 삶의 새로운 관점을 열어나가는 세계관의 변화에 의한 미래 지향적인 삶의 도전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삶의 새로운 통찰력은 유익한 관점을 창

[추억의 아름다운 시] 님의 말씀

김소월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 두 달은길어 둔 독엣물도 찌었지마는가면서 함께 가자 하던 말씀은살아서 살을 맞는 표적이외다  봄풀은 봄이 되면 돋아나지만나무는 밑그루를 꺾은 셈이요새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