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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오늘은 햇살이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2-19 08:43:15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오늘은 햇살이다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모닝커피를 내리려고 부엌을 향해 가다가 발을 멈췄다. 창틈으로 숨어든 아침 햇살이 거실 마루 위에 누워있다. 아침의 고요를 갈라놓은 투명한 햇살에 게슴츠레하던 머릿속이 맑아졌다. “아, 참 행복하다.”라고 하려다 피식 웃고 말았다. 목욕 수건만한 햇살 한 자락이 도대체 뭐라고, 행복하다는 거야? 식전 댓바람에 산발한 채 히죽이는 내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영락없이 돈 사람이다. 

 

소소한 일상이 문득 새롭게 느껴질 때 참 행복하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나만의 행복, 요즘 신조어로 ‘소 확 행’이라지. 어찌 햇살뿐이랴. 혼자 마시는 한 잔의 커피, 담장 한 쪽 벽에 비친 나무그림자, 지붕을 두드리는 장대비 소리, 툭 툭 도토리비 내리는 산책 길,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책 속의 한 문장,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들, 너무나 평범해서 별 의미를 두지 않던 것들이 나를 웃음 짓게 할 때 행복하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은 여행이라는 친구가 있다. 짧은 여행 한번 쉽게 가지 못하는 내 처지를 유난히 딱해하는 친구다. 그가 SNS에 올린 여행사진들을 보면 정말 부러웠고 가끔은 마음이 위축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 행복감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즉흥적인 감정과 상관없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믿는 내 자신감은 뭘까? 근거를 댈 수 없는 내 자신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혹시 내 결핍함을 감추려고 행복한 척하는 건 아닐까? 혹시 내 속의 열등감을 감추려는 오기로 행복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한 것은 아닐까? 

 

“행복은 스스로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 “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의 명언이다. 지당한 말씀이다. 사는 동안 남의 행복에 내가 행복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다른 사람이 지닌 사회적 가치나 물질적 풍요로움에 내가 행복해했던 적이 있긴 했었나? 남의 집 마당에 넘쳐흐르는 용천수가 부럽다고 내 집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내 갈증을 어찌 해소 시킬 수 있으랴. 

 

행복감은 순간의 경험이다. 어느 순간 느꼈던 행복감이 아무리 강렬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그때 느낌은 점점 사라진다. 처음 내 집을 장만했을 때 행복감이 지금도 그때처럼 똑같이 남아있는가? 그때 만큼의 행복감을 느끼려면 그보다 큰 행복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생사가 드라마틱한 대박 사건만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질 않는가. 다행하게도 내 행복은 소. 확. 행. 이다. 감정의 증폭 없는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감을 만긱하는데, 굳이 다른 것에서 행복을 찾아려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의 하루는 언제나 블랙커피 한 잔으로 시작된다. 유리포트에 온도를 맞춘 물을 부어 졸졸 떨어지는 커피를 보면 행복감을 느낀다. 커피 잔을 들고서 바라보는 뒷마당에서 바람에 살랑대는 나뭇잎들, 우듬지를 향해 기어오르는 다람쥐들, 빈대떡 만큼 큰 잎사귀를 달고 있는 무화과나무, 한쪽으로만 삐딱한 대추나무들, 십 년이 지나도 열매 한 번 달린 적 없는 매화나무, 밤사이 변함없이 남아있는 다정한 세상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 행복하다. 

 

뒷마당의 침묵 속으로 아침햇살이 스며든다. 그래, 오늘 내 행복은 햇살이다. 선탠이 싫어 햇볕 아래 산책은 오래전 포기했지만, 햇살이 아니면 언제 멋들어진 챙 모자를 쓰고 외출하는 즐거움을 맛 볼 수 있으랴. 인생 저물어 가는 나이, 마냥 헐거워지는 하루를 무엇으로 때울까 궁리하지 않고도 내게 주어진 것들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내 삶,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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