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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 하루의 출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3-03 08:38:51

시와 수필,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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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부끄럽게 느껴 질 때가 있다.

내가 갖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가 아니다

 

나보다 훨 씬 적게 가졌어도

그 단순함과 간소함속에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앞에 섰을 때 그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가난하게 되돌아보인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앞에 섰을 때

나는 기가 죽지 않는다.

내가 기가 죽을 때는,

내 자신이 가난함을 느낄때는,

나보다 훨씬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함과 간소함 속에서

여전히 당당함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 글 ,법정스님 , 살아 있는것은 다 행복하라에서 ---)

 

한 여인이 있었다.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온몸으로 울음을 삼키며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이제 막  그녀는 죽은 아들의 49제를 마쳤다.그녀의 몸 전체가 슬픔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아들은 외국 유학을 마치고 군입대를 준비하던 중 , 어느날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돌아와서는 

그밤, 돌연히 심장 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하나 뿐인 아들을 잃고 그녀의 고통은 가슴을 눈물로 

채웠다. 우연히 법정 스님과 밥상을  마주하며  차마 흘러 나오는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함께 한 자리에서 법정 스님이 그 여인에게 어떤 위로의 말씀을 하실까 돌아 보았다.

'' 아들은  그 인연만으로  당신에게 왔다 간 것이요, 이 우주가 잠시 당신에게 그 아들을 맡겼다가 데리고 간 것 뿐이요.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라고  스님이 그여인을  위로하실 줄 알았다. 스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같은 밥상에서 묵묵히 식사를 하면서  그녀 앞으로 반찬을 밀어주고 '어서 드시라'고  밀어 주셨다. 여인은 계속해서 아들의 이야기를 했고 스님은 침묵 속에서 듣고만 계셨다.  스님은 단 한 마디  위로의 말씀도 없으셨지만, 식사가 끝나고 분명 그여인의 얼굴 어딘가에 안정과 평화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 어딘가  평화의 빛이 감돌고 있었고 알 수 없는  빛의 물결이 그녀에게 반사하기 시작했다. 그 어떤 힘이었을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느낄수 없는  '투명한 오라'가 오고 가고 있었다.스님은 한 마디 말씀도 없이 그녀 앞에 반찬을  밀어 주시며 한시도 눈길을 그녀에게서 떼지 않으셨다. 마치 고통받는 환자를 치료하시듯 그녀의 눈물 한 방울도  신성시하시며  그녀의 삶의 한계를 승화시켰는지도 모른다. 

식사를 마치고 봄이 가득한 절 뒷마당을  함께 거닐은 그녀의 눈빛이 예전과는  달랐다.

죽어가는 영혼이 봄 향기에 소생의 순간 처럼  다시 소생하는 순간을 맞이한 느낌이었다.

절 마당에서 스님과 헤어지며 합장하는 여인의  눈물위에 알 수 없는  감사와 상처를 위로 받는 감사의 눈물도 섞여 있었다.  그녀는 그 뒤 홀로 설 수 있었고   그후에도 가끔 ''하루의 출가''를 한다.( 법정 스님 ,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 )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도

방문객 처럼 찿아 온다

그모두를 환영하고 맞아 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자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 시. 잘랄루딘 , 루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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