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데스크의 창] ‘호수 속 달 그림자’는 누가 좇았을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2-28 11:53:53

데스크의 창, 노세희, LA미주본사 사회부장, 호수 속 달 그림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경화수월(鏡花水月)’

거울에 비친 꽃과 물에 비친 달이라는 뜻의 4자성어로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처럼 눈으로 볼 수 있으나 잡을 수는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명나라 시절 당대의 시인이었던 이몽양의 저서에서 한시의 묘미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 언급되면서 ‘느낄 수는 있으나 표현하기가 모호한’ 느낌을 표현하는 데 쓰였다.

난데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열린 5차 변론기일에서 느닷없이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를 언급했다. 

이는 당시 증인이었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두 차례 통화했다. 당시 대통령은 ‘싹 다 잡아들여’라고 말했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반박 차원에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의 절친이자 대통령측 변호인단 소속 석동현 변호사는 “대통령은 이번 내란 수사나 탄핵 재판에 대해 ‘호수 속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를 쫓아 달을 건지겠다는 식의 아무런 실체가 없는 수사이고 희한한 재판’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아주 친절한(?) 해설까지 내놨다. 

그는 이어 “지난해 12월3일 계엄 당일 국회 안팎이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워 군 지휘관들에게 ‘의원들을 체포하라, 끌어내라’는 지시나 대화 자체가 아예 오갈 수 없었던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이 실체가 없는 일에 매달리는 것은 무익한 일이라는 뜻에서 간단하게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시의 수사법이 비상계엄의 위법성과 불법성을 부인하는 정치적 수사로 ‘깜짝’ 변신한 셈이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TV 생중계를 통해 무장 군인들이 국회에 난입하는 충격적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 본 일반 시민들과, 계엄의 불법성을 따지기 위해 탄핵심판을 청구한 국회를 졸지에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를 좇는 망상가로 만들어 버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도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라며 불법 내란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계엄령의 목적이 대국민 호소 차원의 ‘계몽령’이었다고 강변했다. 

무려 25번에 걸쳐 ‘간첩’을 언급하며 북한을 비롯한 외부 주권 침탈 세력과 한국 사회 내부 반국가세력의 연계러 한국이 망국적 위기와 국가비상사태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부정선거론’에 대한 주장도 재차 밝혔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북한에게 해킹당하고도 점검에 응하지 않았고,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계엄법은 계엄령의 선포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됐을 때 선포한다고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상황이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냐고 강변했지만, 한때 심복이었던 핵심 증인들 조차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게다가 야당이 압승한 국회의원 선거를 부정선거로 의심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0.73% 간발의 차이로 승리한 대통령 선거와 여당이 압도한 지방 선거 결과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쯤되면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를 좇았던 망상가는 다름 아닌 대통령 자신일 지도 모를 일이다.

최종 변론을 마지막으로 3개월 넘는 ‘대장정’을 마친 대통령 탄핵심판은 오는 3월 중순께 인용과 기각을 가리는 선고를 앞두고 있다. 

헌재 재판부가 시민들과 국회가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를 좇아 정당한 실체도 없는 계엄의 불법성을 주장했다고 판단한다면 탄핵소추를 기각할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했음에도 간첩과 부정선거의 망상에 사로잡혀 달 그림자를 좇았다고 인정할 경우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 

‘태백착월(太白捉月)’ 

술을 사랑했던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술에 취해 채석강에서 물 속의 달을 잡으려다 죽은 일을 이르는 말이다. 부디 헌법재판소가 호수에 비친 달을 좇아 헛되게 물 속의 달을 잡으려는 망상이 더 이 이상 한국사회를 지배하지 않도록 공정하고도 엄정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

사족.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계엄령을 통해 간첩과 부정선거의 실태를 알게 되었다면서 계엄령과 계몽을 합한 ‘계몽령’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제발 꿈에서 깨어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깨몽령’이라도 선포하고 싶은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노세희  LA미주본사 사회부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추억의 아름다운 시] 발자국

정호승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되듯이발자국도 따라가 별이 되는가내가 남긴 발자국에 핀 민들레는해마다 별이 되어 피어나는가 내 상처에 깊게 대못을 박고멀리 길가에 내던져진나의 손에는 깊

[수필] 빈 잔으로는 누구의 갈증도 채울 수 없다
[수필] 빈 잔으로는 누구의 갈증도 채울 수 없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도대체 왜 이래요?”점심시간,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고함과 함께 접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강 할머니가 계신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서브디비전 주택, 편리함 뒤에 숨은 규칙과 보험의 차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서브디비전 주택, 편리함 뒤에 숨은 규칙과 보험의 차이

최선호 보험전문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처럼, 사람은 혼자보다 함께 살아갈 때 더 많은 편리함과 안전을 누리게 된다. 미국 주거 문화에서도 이러한 공동체 개념이 잘 드

[애틀랜타 칼럼] 목표가 있어야 행운도 있다

이용희 목사 행운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이란 커다란 지도에 흩뿌려져 있습니다. 당신이 아직도 행운을 잡지 못한 것은 명확한 인생의 지도를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독자기고] 저물어 가는 미 제국의 패권
[독자기고] 저물어 가는 미 제국의 패권

김대원(애틀랜타 거주)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선언했으나 6주가 지난 지금 전쟁의 양상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라

[법률칼럼] 학생비자 심사 강화, ‘재정’이 핵심이 된 이유

미국 학생비자 심사 기준이 자금의 액수보다 '재정의 신뢰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강화되었다. 영사과는 단순 잔액 증명 대신 자금의 형성 과정과 지속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며, 특히 인터뷰 직전의 거액 입금이나 불분명한 제3자 지원은 거절 사유가 될 수 있다. 성공적인 비자 취득을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자금 흐름 확보와 학교 선택의 논리적 타당성을 갖춘 통합적인 준비가 필수적이다.

[행복한 아침] 흐르는 것은

김 정자(시인 수필가)         한 낮 기온이 여름으로 들어선 것 같은 한나절, 처타후치 강변을 찾았다. 강줄기는 넓은 강폭 따라 잔잔한 물결을 일구며 흘러가고 있다. 강 자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3)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3)

“재정전문가도 결국 SSA 공식자료로 돌아가야 한다”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확인일: 2026년 3월 30일 (자료 출처: Social Security Administrati

[신앙칼럼] 호르무즈와 예수 그리스도(Hormuz and Jesus Christ, 요한복음 John 20:31)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요한복음 20:31의 생명으로 영적 제해권(制海權)을 선포하라 호르무즈와 예수 그리스도(Hormuz and Jesus Christ)는 ‘

[삶과 생각] 미쉘 강 후보
[삶과 생각] 미쉘 강 후보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4월 21일 청담에서 미쉘 강 후보 후원회가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지난 선거에서 근소한 표 차이로 안타깝게 석패한 미쉘 강 후보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