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삶과 생각] 고정 시각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2-06 13:29:32

삶과 생각,허경옥,수필가,고정 시각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해는 뜨지 않았다. 짙은 회색 구름만 어두운 얼굴로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눈이라도 오려나.. 눈이 올 수 없는 따뜻한 동네에 살면서도 간절한 눈길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성급한 빗방울이 하나 뚝 떨어진다. 그 뒤를 이어 다시 하나 둘, 그리고 후드득 비가 온다.

한국에는 눈이 온다는데, 기록적인 한파에도 화난 사람들은 거리를 메웠다는데, 충동적인 가짜 뉴스들이 순전한 사람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견을 용납하지 못하는 완고한 마음들이 서로를 향해 삿대질한다. 내가 옳다는 것을 죽기 살기로 증명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양보하고 화합을 위해 마음을 모으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한 곳으로 고정된 시각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기회만 오면 다른 의견을 베어 버리려 한다. 성난 사람들의 아우성이 고국을 흔들고, 각 나라의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바싹 말라 있던 거리가 비에 젖고 있다. 우산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발걸음이 종종거리며 피할 곳을 찾아 들어가고,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에는 노숙자들이 비를 맞고 서 있다. 

그를 마주 보는 것이 불편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지만, 신호는 내 앞에서 바뀌고 차는 그의 옆에 멈추어 섰다. 비를 맞으며 차 안의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를 마주한다.

미국에서 저소득층은 정부의 도움으로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는다. 

우리는 병원비 걱정에 쉽게 가지 못하는 병원을 그들은 쉽게 들락거린다. 매달 나오는 푸드스탬프로 식생활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노숙자의 수는 해마다 늘어난다. 

그들 대부분이 마약이나 술 중독자다. 정부의 보조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도 하지 못해 마침내 거리로 나앉는다. 돌보지 못한 자녀들은 위탁가정에 맡겨져 힘든 삶을 살기도 한다. 

우리 가게에도 그렇게 부모에게서 버려져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낸 직원이 몇 명 있다. 그들의 아픈 상처를 알고 나니 그 부모에 대한 노여움으로 중독자를 보는 내 시선도 곱지 않았다. 

차 안에 앉아 비에 젖고 있는 그를 바라본다. 그는 어떤 삶을 살다 지금 저 자리에 있을까?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행의 파도가 그를 덮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마약이나 술 중독자가 아닐 수도 있겠다. 찬비 속에서 그가 원하는 것은 그저 따뜻한 한 끼의 식사일지도…. 

안락한 차 안에 앉아 그를 내 마음대로 정죄하고 있던 나 자신이 문득 부끄러워졌다.

고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들을 매일 아침 접한다. 

평소 지지하던 정당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들의 주장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러나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본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확신하게 했을까? 그들도 나를 보며 같은 의문을 가질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의 고정 시각이다. 

마음을 열고 여러 방송국의 뉴스를 돌려가며 본다. 한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전달하는 것을 두루 접하며 내 저울의 추가 중심을 잡기를 기다린다. 

숨을 고르고 마음의 긴장을 푼다. 귀를 열어 이견을 담을 공간을 넓힌다. 너무 날카로워진 고정 시각의 날을 두드려 무뎌지게 해본다.

<허경옥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날 연기생활을 함께 했던 이순재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머나먼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는 나는 고인의 명복이나 빌

[추억의 아름다운 시] 향수

정지용 시인​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재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샬럿에 사는 친구가 보낸 소포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공기 포장지로 꽁꽁 싸맨 유리병 속 생강 레몬차, 일회용 팩에 담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 파트 D는 처방약 보험으로, 오리지널 메디케어 가입자나 일부 어드밴티지 플랜 이용자가 별도로 가입해 약값을 보장받는 제도다. 그러나 약값은 플랜에 따라

[애틀랜타 칼럼] 내 탓이라고 말하라

이용희 목사 우리가 일을 하다가 어떤 실수를 저질렸을 때 간혹 구실을 들어 변명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떤 관용이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2026년부터 자선기부 공제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표준공제를 적용하는 납세자도 일정 한도 내 현금 기부에 대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법률칼럼] 영주권·비자 거절이 곧바로 추방 절차가 되는 시대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들어 USCIS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영주권이나 비자 신청이 거절되더라도 일정 기간 재신청을 고민하거나, 자진 출국을 준비할 수 있는

[행복한 아침]   안녕 11월이여

김 정자(시인 수필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품고 있는 11월 끝자락이다. 가을이라 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고 겨울이라 하기에는 어찌 이른 듯, 가을과 겨울이 맞

[한방 건강 칼럼]  테니스 엘보(Tennis Elbow)의 한방치료
[한방 건강 칼럼] 테니스 엘보(Tennis Elbow)의 한방치료

최희정 (동의한의원 원장) Q:  몇 주 전부터 오른쪽 바깥쪽 팔꿈치가 아프기 시작했는데 왜 그럴까요?A:  팔꿈치에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팔꿈치 바깥쪽이

[신앙칼럼] 삶의 핵심(The Core Of Life, 마가복음Mark 8:27-30)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이 질문은 추수감사절,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는 현하, 감사와 성탄의 주인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직접 하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