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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칼럼] 새(new) 땅에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2-31 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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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여행가기 전에 집 안팎을 낙엽 한 잎 없이 깨끗하게 치웠는데 뒤마당은 무화과, 장미, 사과 나뭇잎, 그리고 담장너머 뒷집 구아바(guava) 나뭇잎과 노랗게 잘 익어 떨어진 구아바가 어지럽게 쌓여 있다. 

다른 여행 때와는 다르게 몸도 영혼도 많이 지쳐서 돌아온 이번 한국, 인도, 네팔 여행 후유증은 더 오래간다. 집에 온지 일주일이 된다. 아무리 아파도 더 이상은 “낙엽에 덮여 숨을 쉴 수 없어요.” 하고 뒤 마당의 잔디와 땅이 호소하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 해가 나자마자 나는

모자를 깊숙이 쓰고 장갑을 끼고 비틀거리는 몸으로 잔디위에 떨어져 말라서 부스럭거리며 날리는 낙엽을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쓸어내고 주웠다. 거의 정오가 되었는데 아직도 1/3이 남은 채로 기진맥진 상태가 됐다. 그러나 수고로움 덕분에 뒤마당은 흙은 흙색으로 잔디는 파랗게 잔디색으로, 새 땅과 깨끗한 잔디가 되었다. 

오래전에 어디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어느 벚꽃이 만발한 봄날 이른 아침에 산사로 산책을 나왔다. 법복을 입은 소년이 눈처럼 바람에 흩날리며 땅에 떨어지는 벚꽃 잎을 정성스럽게 빗질하고 있었다. 소년이 깨끗하게 빗질한 모래땅에 벚꽃 잎은 한 잎, 두 잎 다시 떨어지고 있었다. 그분은 쌀쌀한 아침에 수고하는 그 소년에게 ”애야, 벚꽃이 또 떨어질 텐데 기다렸다 다 떨어진 후에 쓸어내지 그러니?”하고 말했다. 소년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꽃잎이 새 땅에 떨어지게 하려고요.”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 소년을 찾아보고 싶어 졌다. 소년의 눈과 마음은 분명 흰 눈이나 벚꽃보다 희고 정결하리라 상상해 보았다. 그 소년이 말한 새 땅은 빗질 자국으로 새롭게 보이는, 티 없이 정결하게 정돈된 땅을 말했을 것이다. 하얀 꽃잎이 새 땅에 떨어지길 좋아할 것이라고 소년은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게 될 것이지만 이 세상에서도 이 소년의 마음에 있는 새 땅을 갈구하며 산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의 마지막 날이다. 지난달 여행 다녀온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나의 조국인 대한민국과 종교적인 갈등으로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태인 인도, 네팔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걱정된다. 시리아의 내전, 소련과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전쟁으로 지구는 피로 물들고 있다. 모든 인간이 그토록 갈망하는 평안, 평화는 세상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어둠을 물리치고 새 날이 밝아오듯이 여러가지로 암울했던 한 해가 지면 새롭게 하는 소망의 빛이 떠올라 새해를 맞이하리라.

농부는 새 땅에 심을 식물들을 계획하며 땅을 뒤집어 엎어서 새롭게 정돈할 것이다. 이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며 아름답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농부처럼 새 마음 밭을 준비할 때다. 많은 실수와 본의 아니게 만들어진 얼룩일지라도 깨끗이 씻어내고 정리해야 겠다. 연말에 더욱 바쁜 일상으로 힘들고 지칠지라도 낙엽에 덮여 불쌍하게 남겨지는 곳이 없도록 쓸고 닦아서 모두가 행복하게 하고싶다.

비록 낙엽과 꽃잎이 이 땅에 또 다시 떨어질지라도…

소년처럼, 하얀 꽃잎이 새 땅에 춤추며 내리는 것을 상상만해도 나는 행복하다.

<김영화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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