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실리콘밸리View] 한국 스타트업 투자에 붙은‘계엄’꼬리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2-31 16:50:21

실리콘밸리View,윤민혁,서울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한국 스타트업 투자,계엄 꼬리표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한국은 끝장이 났습니다.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모두 실리콘밸리로 몰려들어 투자금을 받아내려 혈안인데 굳이 정치적으로 불안한 국가에 투자할 벤처캐피털(VC)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국계 스타트업이라는 꼬리표는 이제 ‘디메리트’입니다.”

12월 3일 계엄 다음 날 한 한국계 미국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고위 관계자가 전한 한탄 섞인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한인 송년 모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린카드(영주권)’에 관한 얘기가 진지하게 오갔다. “정치 난민 신청을 해야 한다”는 농담 섞인 주장에 일말의 설득력이 느껴져 참담함을 감출 수 없었다.

미국인들의 반응에는 민망함마저 느껴졌다. “한국에 여행 갈 계획인데 어디가 좋으냐”며 들뜬 목소리로 묻거나, “최근 한국에 다녀왔다”며 사진을 보여주기 바쁘던 이들이 “도대체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동안 농담 삼아 “한국은 위험천만한 후진국인 미국과 달리 밤새 밖을 걸어다녀도 안전한 나라”라며 현지인들을 놀려왔는데 이제는 꺼내기 쉽지 않은 말이 됐다.

미국 정부의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확인했다”는 말에도 속이 쓰리기만 하다. 회복이 필요할 만한 ‘손상’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탓이다. 한국은 8년 새 두 번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겪었다. 21세기로 범위를 넓히면 세 번이다. 2000년대 들어 취임한 대통령 5명 중 3명이 탄핵에 휘말렸고 2명은 감옥에 갔으며 한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른 국가의 투자자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토록 정치적으로 불안한 국가가 없어 보인다.

계엄령은 극단적 정쟁을 넘어서는 문제다. 외신이 ‘계엄령’이 무엇인지 상세히 설명한다는 건 민주주의가 성숙한 국가에서는 ‘해설’이 필요할 정도로 낯선 일이라는 방증이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존재만으로도 이미 위험 국가라는 인식을 안고 산다. 이제는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인식까지 갖게 됐다. 민주주의는 시장경제의 선결 과제다. 2024년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에서 냉전 시기 개발독재국가에서나 통용될 일이 일어났다. 이제 누가 한국 경제를 신뢰하겠는가.

경제적 타격은 이미 현실화했다. 환율 폭등으로 한국에 본사를 두거나 한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은 물론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VC 역시 투자에 제약을 받으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현지 관계자는 “권한대행의 권한대행까지 이어지는 희대의 정치 상황 속에서 원화에 대한 신뢰가 더 추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출 기업들도 고환율을 반길 수 없는 처지다. 단기적으로 반도체·전자제품 등 완제품 가격경쟁력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타격이 더 아프다. 남한은 수입 없이는 내수도 돌아가지 않는 나라다. 고환율 지속에 체력이 약한 협력사가 하나둘 쓰러지면 대기업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환율은 시작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대외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거래가 단절되고 신규 거래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해답은 하루빨리 정국 혼란을 종식시키는 것뿐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대선 유불리에 따라 말장난 수준의 정쟁을 벌이며 시간 낭비 중이다. 그 모습이 시시각각 외신을 통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며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고통과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다.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라던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30년 전 일갈이 뼈저리게 와닿는 연말이다.

<윤민혁 서울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건강한 웃음의 선물 *****5/23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건강한 웃음의 선물 *****5/23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인간의 위선과 치졸한 속성인 가식, 편견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인 “미우새”는 정치, 사회. 문화의 축소판이라 실감이 나고 매우 흥미 진지하다. 인

[신앙칼럼] 은혜와 하나님의 나라(Grace And The Kingdom Of God, 고전 1 Cor 13:4-7)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과거를 잊는 자는 결국 과거 속에 살게 된다”는 명언으로 오늘과 내일을 꿈꾸며 계획하는 자들에게 1세기의 과거 속

[시와 수필] 거짓의 껍질 벗고 참 사람으로 사는 길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수필] 스스로 걷는다는 것의 의미
[수필] 스스로 걷는다는 것의 의미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그날은 평소처럼 일상적인 날이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산책을 나가려는 데, 전화기에 언니 이름이 떴다. 어? 비행기를 타고 하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고소득자는 왜 메디케어 보험료를 더 내야 할까? IRMAA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고소득자는 왜 메디케어 보험료를 더 내야 할까? IRMAA란?

최선호 보험전문인 '고소득' 씨는 은퇴 후에도 여전히 사업체를 유지하며 수입이 제법 되는 편이었다. 워낙 검소한 성격이라 씀씀이도 크지 않았고, 소셜시큐리티와 투자 소득도 따박따박

[법률칼럼] 아틀란타의 반격 2025년 미국 경제법 시리즈 - 2화: 아틀란타의 법정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5월, 조지아주 아틀란타 연방지방법원. 리사(Lisa)는 법정 복도에서 변호사 마이크(Mike)와 서류를 검토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14165(

[애틀랜타 칼럼] 정신을 집중하라

이용희 목사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에 정신을 집중시킨다면 산만한 때보다 훨씬 능률을 올릴 수 있습니다. 집중이란 어떤 면에서는 무아지경의 상태입니다. 최선을 다하여 뭔가를 이루어

[내 마음의 시] 오월의  엄마
[내 마음의 시] 오월의  엄마

장 붕익(애틀랜타문학회 회원) 눈부신 오월의 하늘엔엄마의 얼굴이 걸려있다하늘엔 뭉게구름 피어오르고땅엔 꽃들이 흐드러지게 지는싱그러운 오월조용히 눈 감고 두 손 모아울 엄마 추억으로

[벌레박사 칼럼] 전갈(Scorpion)에 물렸어요
[벌레박사 칼럼] 전갈(Scorpion)에 물렸어요

벌레박사 썬박 일요일 오후, 잘 알고 있는 조경(Landscaping)하는 사장님으로부터 긴급 전화가 왔다. 잔디 위에서 조경작업을 하다 잔디에 숨어있던 전갈이 바지쪽으로 쏙 들어

[행복한 아침]  추억의 걸음

김정자(시인·수필가) 어머니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지 못한지지가 어느덧 서른해가 가까워진다. 어지간히 무던 해질 만도 한데 자책감이 추억의 걸음을 내딛을 적마다 기회를 얻은 듯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