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트럼프는 여러가지 문제점으로 재판에 계류중이었고, 유세중에도 괴한의 피습을 받는 불행한 사태를 겪었음에도 해리스를 거뜬히 누르고 백악관을 다시 탈환하는 행운을 얻었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 모든 국가들은 트럼프가 펼칠 앞으로의 행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의 강한 미국우선주의 정책으로 한미 동맹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 바이든과 가깝게 스텝을 밟아오던 윤석열 대통령은 앞으로 트럼프 당선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트럼프는 그동안 친 민주당 행보를 보여온 그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윤 대통령에게 던진 1분이상의 질문이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검사들을 좋아하지 않는데...”라면서 한 질문이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잘 알지만 윤 대통령은 모르고, 검사를 좋아하지 않고, 동맹에도 회의적인데 어떻게 우정을 다질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꽤 당황하지 않았을까.
이런 때 반응은 흔히 잘하면 임기웅변, 못하면 궤변이나 동문서답일 수밖에 없다.
그때 윤 대통령의 답은 “그래서 제가 아까 우리 워싱턴 포스트 기자님 얘기처럼 내가 검사출신인데, 그때 아마 정치를 처음해서 막 대통령이 된 그런 점을 얘기하는 게 아닌가 이제 그런 생각도 좀 해 봤고요...”
이는 비기득권, 비주류, 비정치인이 정권을 잡았다는 면에서 두 사람의 공통분모를 강조하고 싶어서 한 발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기자의 질문 요지는 윤 대통령이 그렇게 싫어하는 대상인 검사출신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전직 대통령을 구속수사까지 해버린 정치보복의 원형 아닌가.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묘한 함수가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요즘 공천 비리설로 지지율이 하락해 야당에서 탄핵이라는 단어가 연일 나오는 시끄러운 상황인데...
윤 대통령이 그간 열심히 공들였던 바이든도 레임덕은 커녕, 그냥 주저앉아 밀려날 날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재선 도전 실패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의 국정파트너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한 측근은 아예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종료 전에 사퇴해 달라고 방송중에 대놓고 말했다 하지 않는가.
얼마 남지 않은 임기에 집착하지 말고 해리스가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얼마 전 CNN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30일 안에 대통령직을 사임함으로써 카멀라 해리스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기댈 곳이 마땅히 없어 보인다. 정치란 이런 것일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요즘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을 앞두고 골프연습에 다시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골프를 통해 서로 개인적 친분을 쌓았다는데, 검사를 싫어한다는 트럼프가 과연 쉬고 있던 골프를 다시 배워 자신과 친분을 가지려고 하는 한국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할까.
윤 대통령은 트럼프가 당선되자 그와의 축하 전화 통화에서 이른 시일내에 만나 친교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니 조만간 골프장이라는 곳에서 윤 대통령과 트럼프가 골프채를 들고 회동하는 사진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게 될 테니 기대가 너무 크다.
과연 트럼프 당선인은 윤 대통령을 어떻게 대할까? 그리고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까 벌써부터 궁금하기 짝이 없다.
<여주영 한국일보 뉴욕지사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