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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1-20 17: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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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난 7월에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200년에 가까운 정당 역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토리당(보수당)은 휘그당(노동당)에게 정권을 내어준 채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독일의 집권연합은 지지율 추락으로 붕괴했고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속한 정당도 선거에서 참패했다. 

한국에서는 총선을 통해 맘모스 야당이 탄생했고, 1955년 이후 정권을 거의 독점해온 일본의 자민당은 국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이렇게 보면 현임 행정부를 대표해 대선에 나섰던 카멀라 해리스가 완패한 것은 이미 예정되었던 결과처럼 보인다.

그러나 해리스는 추세를 뒤바꿀 수 있었다: 미국 경제는 경쟁국들을 멀찍이 따돌린 채 독주를 거듭하고 있다. 취업률은 대단히 양호하고, 임금이 오른 반면 물가는 떨어지고, 생산성은 허공으로 치솟고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도널드 트럼프가 많은 강점을 지닌 정치인이지만 약점도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2021년 1월 6일 이후의 상황를 떠올려보라. 당시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34%로 주저앉았다. 그로부터 1년 후, 마르켓 로스쿨이 전국적으로 실시한 양당 대선후보 일대일 가상대결 조사에서 바이든은 43% 대 33%로 트럼프에 10% 포인트 앞섰다.

이어 연방대법원에서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뒤집어지자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신통한 성적을 내지 못했고, MAGA 후보들은 줄줄이 낙선했다. 이즈음에 나온 CNN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호감도는 31%로 쪼그라든 반면 비호감도는 60%를 웃돌았다. 공화당은 그에게 실망했다. 이 시점에 트럼프는 2018년에 하원을 잃고, 2020년 선거에서 상원과 백악관을 빼앗긴데 이어 2022년 중간선거에서 역대급 졸전을 벌인 공화당을 이끌고 있었다. 

2022년 12월, 공화당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트럼프를 상대로 넉넉한 우세를 기록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이때가 트럼프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은 이래 민주당의 기세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시간은 거기서 끝났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해리스는 직접투표 득표수에서도 트럼프에게 밀렸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직접투표에서 뒤진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고삐를 잡지 못한 것이 민주당의 유일한 패인은 아니다. 반대 여론을 들끓게 하고 지지기반의 축소를 초래한 민주당의 다른 실착도 적지 않다. 

필자가 여기서 민주당의 실수를 따지는 이유는 지금이야말로 사후 “부검”을 실시하기에 적절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대단한 통찰력이라도 갖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리 말해둘 것이 있다. 

민주당의 실수가 하나씩 터져나올 때마다 좌파는 대체로 성난 반응을 보였다. 그들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첫 번째 실수는 이민 시스템 붕괴와 국경 혼란을 민주당 행정부가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해받는 소수의 개인을 위해 마련한 난민시스템은 수 백만명에 의해 미국 입국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진보주의자들은 국경폐쇄를 요구하는 시위자들을 냉혈한, 혹은 인종주의자로 낙인찍었다. 그들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미국민의 여론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이민축소를 원하는 미국인은 전체의 28%이었지만 2024년에 이르러 55%로 늘어났다. “더 뷰”에 출연한 해리스는 어떻게 바이든과 차별화를 이루려 했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그와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완전한 오답이다. “조기에, 그리고 강력하게 국경을 틀어막았을 것”이라고 응수해야 했다.

두 번째 실수는 트럼프를 벌주기 위해 지나치게 법을 오용했다는 것이다. 

가장 극단적인 예가 앨빈 브래그 뉴욕 지방 검사장이 기소한 “입막음 돈” 케이스였다. 한때 브래그 검사장조차 기소여부에 희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좌파 인사들로부터 그대로 진행하라는 심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 선거개입을 비롯한 일부 기소 사건은 적법했다. 그러나 기소 건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트럼프를 잡기 위해 사법시스템을 정치무기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검찰의 기소는 트럼프의 핵심지 지지층이 철썩같이 믿고 있는 사실, 즉 과도한 교유을 받은 도시출신의 진보주의자들은 목적을 위해 법과 질서를 멋대로 구부리는 위선자라는 인식을 더욱 공고하게 다져주었다. (선거일의 출구조사에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유권자들의 과반수가 트럼프 지지자였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 가치가 있다.) 사법체계의 남용은 트럼프를 실패자에서 피해자로 바꾸어 놓았고, 기소 건수가 늘어날수록 캠페인 기부금이 쏟아져 들어왔고 지지율도 더욱 단단해졌다.

마지막 실수는 파장이 컸다: 좌파의 정체성 정치가 대세를 이루면서 민주당은 주로 도시의 학문적 거품에서 나온 온갖 종류의 다양성과 평등 및 포용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이로 인해 주류에 속한 많은 유권자들을 소외시켰다. 

민주당은 성중립적인 라티넥스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친 라티노 행세를 하지만 정작 라티노들은 그런 용어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는 것 역시 아이러니다. 이런 식의 집착은 민주당으로 하여금 민족과 인종 혹은 성적 정체성을 통해 사람들을 바라보게 만들었고, 그 결과 근로계층에 속한 라티노들이 그들의 사회적 보수성이나 트럼프의 상남자 같은 수사, 심지어 이민에 관한 그의 강경한 입장에 끌려 트럼프 진영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말았다. 

트랜스젠더 이슈와 관련한 트럼프의 가장 효과적인 광고중 하나는 “카멀라는 그들을 지지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을 지지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끝난다.

문제는 명사나 대명사보다 훨씬 깊다. 정체성에 대한 전체 조첨은 표현과 사상과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무언가로 변질됐다. 즉, 그들이 지닌 성격의 내용보다 피부색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 

마찬가지로 캠퍼스 연설 규정과 취소문화는 좌파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자유주의 사상인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거나 제한하는 방법이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얻은 가장 간단한 교훈은 진보주의자들은 진보주의적인 수단으로는 제 아무리 좋은 미덕이라 해도 - 진보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면 당신의 생각을 우리와 공유하는 게 어떨까?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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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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