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미술 다시보기] 인생은 아프고 예술은 고독하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0-29 11:52:47

미술 다시보기,심상용,서울대학교 미술관장,인생은 아프고 예술은 고독하다,성숙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카미유 클로델‘성숙(1897년·청동)’
카미유 클로델‘성숙(1897년·청동)’

 

‘성숙(1893년)’을 만들 무렵 카미유 클로델은 스물아홉 살이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중년의 남성은 오귀스트 로댕임이 분명하다. 그는 이미 노파의 수중에 들어가 있고 그를 붙잡으려는 젊은 여인의 두 팔은 허공을 가를 뿐이다. 클로델에게 ‘성숙’은 로댕과의 사랑 외에도 다른 두 불행의 씨앗이 됐다. 하나는 클로델로서는 첫 번째였던 이 작품의 주문이 로댕의 압력을 받은 정부에 의해 취소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작품으로 가장 아꼈던 남동생 폴이 클로델의 곁을 떠나게 됐다는 것이다.

로댕과 폴, 이 두 남성이 연인과 누이로서 클로델을 대했던 방식은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클로델을 더 나락으로 떨어 트렸던 것은 남동생 폴의 매몰찬 공격과 저주였다. 당대의 존경받는 시인이자 훗날 아카데미프랑세즈의 회원이 되기도 했던 폴은 한때 누이 클로델의 재능을 깊이 존경했지만 누이의 작품 ‘성숙’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유부남과의 불륜도 모자라 벌거벗은 채 비굴하게 사랑을 구걸하는 누이의 모습에서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폴은 신이 허락한 재능을 낭비하고 스스로 비극을 자초한 누이를 증오하면서 클로델로부터 영원히 멀어져갔다.

로댕의 정부, 시인 폴의 부도덕한 누이로서 클로델은 그렇게 역사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1970년대를 기점으로 클로델의 예술 세계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클로델은 스승과 가족 그리고 당대의 미술사가들로부터 필설로 다할 수 없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그 결과 심신이 피폐해졌지만 그 와중에도 참으로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세계를 완성했다. 오늘날 ‘성숙’은 이전의 어떤 조각가도 성취하지 못했던 섬세하고 정직한 감정 표현, 비극 속에서도 그 향기를 내 품는 시적(詩的) 감동으로 프랑스를 넘어 19세기 인물 조각의 신기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독자기고] 쉴 만한 물가-Serenity

제임스 한 목사 2024한 해가 간다. 석양이 서쪽 하늘에 드리워 지면서 밝은 빛이 지워져 간다.마지막 노을을 펼치면서 2024를 싣고 과거로 간다. 이별이다. 아쉬움이다. 떠남이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산기슭에 자리한 아파트의 작은 거실이지만 동쪽으로 큰 유리창이 나 있고 그 창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면 한 겨울인데도 따뜻한 봄날 같다. 문득 바깥추위가 걱정돼 텃밭에 갔더니 꽃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허 영희(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그대가 있어서찬바람이 불어도 이제 춥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떨어지는 낙엽에도 이제 눈물 흘리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비 오는 아침에도 이제

[법률칼럼] 2025년 1월 영주권 문호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1월 영주권 문호가 발표되면서 가족이민과 취업이민 전반에 걸쳐 미세한 진전만이 이루어진 가운데, 이민 희망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번 문

[벌레박사 칼럼] 집안에 나오는 벌레 미리 예방하기

벌레박사 썬박 집안에 벌레가 나오는 곳을 보면 유독 벌레가 많이 나오는 장소들이 있다. 벌레들이 많이 죽어 있는 곳이나, 벌레가 자주 보이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미국에 있는 많은

[신앙칼럼] 외모에 끌리는 시대(An Era Of Attracting To Dishonesty, 사사기Judges 21:25)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각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21:25). 이스라엘의 영적 암흑기를 대변하는 강

[행복한 아침] 새해 앞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새해 앞에 서게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송구영신으로 다망한 시간을 보낸 탓으로 돌리면서도 습관처럼 살아온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새해에는 어떠한

[특별 기고] 지미 카터 대통령을 추모하며
[특별 기고] 지미 카터 대통령을 추모하며

장석민 목사 12월 29일(일요일), 미국 제39대 대통령을 역임한 지미 카터 (Jimmy Carter) 전 대통령이 별세하였다.고인이 되신 카터 대통령의 별세에 애도를 표하며,

[화요 칼럼] 새(new) 땅에

한 달 넘게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여행가기 전에 집 안팎을 낙엽 한 잎 없이 깨끗하게 치웠는데 뒤마당은 무화과, 장미, 사과 나뭇잎, 그리고 담장너머 뒷집 구아바(guava) 나

[민경훈의 논단] 간교하고 지혜로운 뱀의 두 얼굴
[민경훈의 논단] 간교하고 지혜로운 뱀의 두 얼굴

포유류 가운데 시력이 가장 좋은 동물은 무엇일까. 정답은 인간이다. 인간은 20/20 비전이 있고 공간 지각력이 뛰어날뿐 아니라 100만개의 색소를 구분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