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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에세이] 한글이 주는 기쁨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0-04 15: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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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마다 그날의 우편물을 정리하는데 커다란 흰 봉투가 눈에 띈다. 내가 사는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Fairfax County)에서 보낸 메일로 “공식 부재자 투표용지”라고 영어, 스페인어와 한국어로 쓰여 있다. 미 정부 기관에서 보낸 우편물에 한국어가 쓰여 있다니 가슴이 뭉클하다.

 

봉투 안에는 버지니아주의 상원과 하원 의원, 주 검사, 교육위원회 등을 선거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한국어로 설명돼 있다. 한인 유권자나 한글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증거다. 세계로 퍼져 나가며 한인 이민자의 생활을 도와주는 한글이 자랑스럽다.

며칠 후에 멀리서 친지들이 찾아왔다. 낙엽을 보며 걷는 운동도 할 겸 손님을 모시고 메도우락 보태니컬 가든(Meadowlark Botanical Garden)으로 갔다. 한국 정원에는 제주도의 돌하르방과 다양한 조형물이 반겨준다. 운치 있게 펼쳐진 한국 소나무는 인상적이다. ‘평화의 종’인 코리안 벨 가든 앞의 돌에 새겨져 있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미국인 친구에게 ‘ㄱ’에 억 자를 줄이고 ‘ㄱ’과 ‘ㅏ’를 함께 소리 내 보라고 하니 몇 번 시도한 후에 ‘가’라고 쉽게 발음한다. ‘가’는 ‘Go’라는 뜻이니 가자고 하니 친구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한다. 애틀랜타에서 운영하던 문화센터를 이곳 버지니아에서도 열고 한글을 가르치고 싶다.

30여 년 전에 아들이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손 글씨로 보내준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는 바쁘다고 아이들 교육에 무심했던 내 죄책감에서 나를 위로해 줬다. 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의 수가 늘어난다. Harvard 대학의 한국어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어로 말하기, 읽기, 쓰기, 듣기 등의 언어의 모든 양식을 취득하도록 강조한다. 미국의 많은 대학에서 한국어를 제2 외국어로 전공이나 부전공으로 공부할 수 있다. 외국어와 문자의 이해는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게 도와주니, 한글은 정치적으로도 공헌하는 바가 크다.

오랜만에 유튜브를 열어보니 윤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는 뉴스가 나왔다. 찰스 3세 영국 왕이 윤 대통령을 위한 만찬회에서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 하고, 뒤이어 “위하여” 하며 쉽게 한국어로 건배하는 모습은 놀라웠다. 왕은 한국어는 영국 대학에서도 배울 수 있는 가장 빨리 퍼져 나가는 현대 언어라고 말했다. 이어서 왕은 “오래전에 한국의 세종대왕이 새로운 글자 ‘한글’을 국민을 위해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세종대왕이 부럽고 존경스럽다고 언급했다.

세종대왕이 1443년에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조한 것은 잘 알려졌다. 중국을 숭배하는 학자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모든 국민이 쉽게 배우고 쓸 수 있어 자유롭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문자로 나타낼 수 있게 해 주신 백성 사랑의 결과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학자인 주시경 선생에 의해 훈민정음이나 언문이라는 명칭 대신에 ‘한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글이란 한 민족의 글, 큰 나라 글, 가장 뛰어난 글이란 뜻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국제사회가 인정해서 세계문자올림픽에서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고, 언어학자들은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글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한글은 글자의 획이 적고 간단해서 쓰기도 쉽고, 컴퓨터에 입력하기도 편하다. 더구나 한 자음이나 모음이 하나의 소리를 내는 소리글로 빨리 배울 수 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은 언어는 있지만, 기록할 문자가 없어서 한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글 보급으로 문자가 없는 모든 이들이 자기 민족의 문화나 역사를 남겨 세계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한글을 새로운 마음으로 접하며 세종대왕의 숭고한 이념과, 한글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학자에게 다시금 깊이 감사드린다. 오늘 한글이 주는 기쁨과 아울러 내 나라뿐 아니라, 한국어와 한글을 가졌다는 자부심의 불씨가 가슴속에서 불타오른다.

<정문자 세실리아 워싱턴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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