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새 국면’ 전면전 임박?”
레바논 전역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쓰는 무선호출기가 일제히 폭발했다. 그 다음 날에는 무전기가 폭발했다. 이로 인한 사상자 수가 수천 명이다. 뒤이어 감행된 것은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공습이다.
하루, 하루 급변을 고하고 있는 중동사태를 요약한 한 국내 신문의 헤드라인이다.
‘라이언 루스’란 이름을 기억하는가. 트럼프가 선거 유세 중 벌어진 암살기도로 귀에 총상을 입은 게 지난 7월이다. 그리고 두 달 후 2차 암살기도 사건이 발생했다. 그 2차 암살기도범의 이름이다. 한 주 전에 발생했다. 그런데 벌써 그 이름이 잊혀져가고 있다.
격동의, 아니 그보다는 소름이 끼친다고 해야 하나. 그런 뉴스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어서다.
사람들이 매일 같이 죽어나가고 있다. 전쟁 발발 2년6개월이 지난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의 사상자 수는 합쳐서 100만이 넘는다는 월 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다. 러시아 측이 60여만(전사자 20만) 우크라이나는 40만(전사자 8만)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푸틴은 군부로부터 계속 병력동원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 뒤따르는 보도다. 다른 말이 아니다. 막대한 인명손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거다.
또 쏴댔다. 북한은 지난 12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일종인 600㎜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데 이어 6일 만에 다시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린 것이다. 테헤란 발로 전해지고 있는 뉴스는 더 섬뜩하다. 푸틴 러시아의 도움으로 이란은 핵무장 완성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핵이든 재래 전력이든 쉬지 않고 군비를 확장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식량과 에너지 비축에 여념이 없다. 전시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거다. 그 중국이 연신 대만을 흘겨보면서 남중국해에서 계속 필리핀을 후두들겨 패고 있다. 9단선도 모자라 10단선을 치고 남중국해는 죄다 ‘중국 영해’라는 일방적 선언과 함께.
중동에서, 미국에서, 멀리 유럽에서, 동아시아에서, 그러니까 지리적으로 볼 때 각기 별개의 사건으로 보인다. 그런 이 사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 세대 이상 지탱해온 ‘팍스 아메리카나’다. 그런데 그 기반이 여기저기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더 나가 헤즈볼라와의 전쟁도 그렇다. 이는 단순한 국지전쟁이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온건 아랍국들 간의 동맹을 어떻게든 저지시켜야 한다.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의 합의 사항이다. 그 ‘독재세력 쿼드’가 배후에서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을 사주해 일으킨 글로벌 전쟁의 일환이다. 그들의 하나같은 목적은 오직 하나, 서방, 특히 미국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트럼프 2차 암살기도’- 이 사건의 양태는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이견 대립이 정치적 폭력으로 이어졌고 또한 안팎으로 미국이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위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 안보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무너져 내리고 있는 ‘팍스 아메리카나’- 이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현상일까. 관련해 주목되고 있는 것은 연방의회 산하 국가방위전략위원회(NSRD)가 최근 발표한 ‘국방전략서(NDS) 검토 보고서’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하고 도전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머지않아 여러 지역에서 주요 적대국들, 다시 말해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과 동시다발적 전쟁에 말려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에 펴낸 국방전략서(NDS)는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그리고 동아시아에서의 보다 큰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 NSRD 보고서의 주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이어 중-러-이란-북한 ‘독재세력 쿼드’가 블록을 형성, 협력을 강화해가고 있는 오늘날 상황에서 미국의 기존 국방 전략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고 미국의 군사구조와 산업기반은 잠재적인 글로벌 전쟁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준엄한 기소장을 날렸다.
요약하면 3차 세계대전이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가고 있는데 미국은 너무 허약해 그 전쟁을 막을 수도, 또 승리를 자신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광야의 외침’이라고 할까. 그런 경고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하나가 12년 전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의 지적이다. 계속 이어지는 대폭적인 국방예산 삭감, 이는 미국의 리더십 약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를 했던 것.‘ 3개 지역에서 동시 전쟁수행 능력’을 주창한 10년 전의 미기업연구소(AEI)의 국방관련 보고서도 같은 맥락의 경고였다.
그러나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민주당도, 공화당도. 블루 아메리카도, 레드 아메리카도.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좌파의 이데올로기가 풍미하는 분위기에서. 그러면서 10여 년의 세월을 허송했다.
그 대가를 치루고 있다는 것이 허드슨연구소의 월터 러셀 미드의 지적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기점으로 워싱턴은 국방전략에 대한 대대적 수정작업에 들어갈까, 아니면 여전한 ‘거짓 평화’의 세기말적 풍조에….
<옥세철 LA미주본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