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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명절 고스톱, 도박인가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9-18 18: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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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대낮에 집에서 무심히 창밖을 내다보다 깜짝 놀랐다. 바로 앞집을 둘러싸고 무장 경찰 십여명이 출입문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게 아닌가! 이미 길가엔 윈도우를 검게 만들어 안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 차량이 여러 대 길을 막고 있었다.

어젯밤 넷플릭스에서 본 액션 무비 한장면이 내 눈 앞에? 얼어붙은 듯 창가에 서서 계속 내다보니 건장한 두 명의 경관이 장비로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안에서 줄줄이 끌려 나오는 사람들. 모두 뒤로 수갑을 찬 채 그 집 앞마당 잔디밭에 엎드린다. 하나, 둘, 셋, 넷…여덟 명. “애고고! 아침에 저 집 잔디밭 스프링클러에서 물 나오던데…다 젖겠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였는데 알고 보니 그 집이 불법 비밀 도박 장소, 소위 ‘까씨따스(casitas)’ 였다는 것. 도박장을 열어준 주인, ‘북키(bookie)’는 판이 열릴 때마다 ‘비고(vigorish)’ 라 불리는 일정 금액을 받는다. 

막상막하 도박 고수 A와 B, 그리고 도박장 주인 C중에 결국 돈을 따는 오직 한사람은 C. 그래서 도박에 깊이 빠진 중독자의 끝은 비참하다. 도박이란 ‘불확실한 결과에 대해 돈을 걸고 하는 내기’이다. 즉, 우연히 얻은 승패에 따라 재물을 얻거나 잃게 되는 게 도박이다. 현금을 걸든, 라스베가스나 강원랜드 주차장에 주인이 찾아가지 못한 채 먼지 쓴 차량들을 다시 걸든, 패를 이용하면 도박이다.

추석 명절, 온가족이 모여 1점 당 1불짜리 고스톱을 쳐도 도박일까? 아니다. 일시 오락은 도박이 아니다. 하지만 일시 고스톱이라 해도 판돈의 규모나 도박을 벌인 시간, 장소, 도박하는 사람의 경제 능력, 소득, 짜장면 내기인지, 재산을 걸고 하는지 등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처음부터 돈을 따기 위해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심심풀이, 재미, 호기심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일부는 중독에 빠진다. 세상 모든 도박 중독자들의 공통점은 초기에 크게 돈을 딴 경험이 있다는 것. 크게 딴 경험이 있을수록 도박중독 가능성이 높아진다. 브레인에 새겨진 강력한 도파민 홍수를 잊을 수가 없다. 비록 지금은 잃더라도 언젠가 한탕에 모두 만회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다. 또한 도박은 쾌감 만족 뿐 아니라 현실 도피 성향도 만족시킨다. 부부싸움 끝에, 혹은 이혼이나 실직의 괴로움, 사회적응의 어려움 등 여러가지 고민이라는 부정적 감정도 잠시나마 회피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딱 한판만 더!” 도박 중독자들이 가장 자주 쓰는 말이다. 그동안 집어넣은 돈이 얼만데…를 생각하면 그만 둘 수가 없다. 도박을 계속하는 게 그들이 가지는 ‘희망’이다. 당장 그만 두면 그동안에 잃은 돈은 ‘확정 손실’이다. 이것을 스스로 인정하기가 싫다. 차라리 도박을 계속 하면서 ‘희망’을 붙들고 싶은 것이 이들의 심리이다.   

도박 중독은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물질 중독(알코올, 마약류 등) 과 같이 도파민 분비 이상의 ‘행위 중독’ 인 까닭이다. 평소 즐거운 일에서 느끼는 도파민 점수를 100으로 할 때 도박행위는 1,000이다. 다른 자극은 더 이상 재미가 없다. 의지 만으로 끊기 어려운 도박 중독, 명절 고스톱에서 큰 돈 따지 않는 게 오히려 인생 축복이다.

<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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