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게 유산을 남긴 재력가나 유명인의 사례가 종종 보도된다.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큰돈이 사람이 아닌 개나 고양이에게 상속된다는 뉴스는 인간 독자에게 약간의 박탈감을 안겨 준다. 그러나 법적으로 ‘물건’인 반려동물은 상속자가 될 수 없다. 아마도 동물 소유주가 홀로 남겨질 반려동물을 돌볼 관리자를 지정하거나 관리 업무를 지정해서 신탁을 맡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신의 죽음 이후 생전 그가 아꼈던 동물 동반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대책을 마련한 셈이다.
지난달 타계한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은 수년 전 인터뷰에서 자신이 무척이나 사랑하는 동물 동반자와 죽음까지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가 언급한 대로 개의 소유주로서 수의사에게 반려견의 목숨을 끊을 것을 요청할 수 있으나,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적다. 아마도 수의사는 다른 가족들과 대책을 의논하거나 재입양할 것을 권유할 것이다. 이런 죽음은 동물이 개선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에 처해서 삶의 질이 저하된 나머지 고려해야 하는 ‘안락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소유물’이 아닌 ‘동반자’로 봤다면 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 인터뷰는 그의 사후 작은 소란을 일으켰고 알랭 들롱의 가족은 서둘러 그의 개 루보를 죽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알랭 들롱의 발언은 ‘반려견의 순장’을 의미했다기보다는 자신을 의지하던 루보가 홀로 남겨져 슬픔과 불안 속 에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 동반자의 사후, 남겨진 반려동물은 인간의 죽음을 인식하고 슬퍼할 수 있을까. 인간의 방식으로 죽음을 인식하지는 못하더라도 인간 동반자의 부재는 반려동물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적어도 개와 고양이는 그렇다. 인간 동반자의 죽음 이후 평소에 내지 않던 소리를 내고, 불안해하거나, 무언가를 계속 찾거나, 인간의 유품에 집착하거나, 식욕을 잃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사람이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을 때 보이는 감정과 유사한 감정을 보인다.
인간 동반자의 죽음 후 슬픔과 불안 속에 갈 곳 없이 버려질 위험에 처할 동물을 생각하니, 뉴스에 소개된 반려인들의 염려가 전혀 유난스럽지 않다. 남겨진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를 자극적인 뉴스거리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과 후견인 제도, 남겨진 동물을 위한 재단, 지자체 차원에서의 보호와 같은 보편적인 제도로 발전시켜야 할 시점이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