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뉴스칼럼] 낙태이슈, 대선 변수 될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9-12 11:58:04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낙태,대선 변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2022년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의 압승이 예견됐었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높지 않았던 데다 중간선거는 대체적으로 집권당을 심판하는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가 나왔다.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이 됐지만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 자리를 지켜낸 것이다. 출구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판례인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면서 촉발된 낙태이슈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낙태권을 중요한 문제로 꼽은 유권자들 가운데 절대 다수인 76%가 민주당 후보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결정에 대해 진보적인 주들뿐 아니라 보수적인 주들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아주 강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를 확인시켜준 것은 연방대법원 판결과 중간선거 사이에 캔자스에서 실시된 낙태권 관련 주민투표였다. 캔자스는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기 위해 주 헌법의 낙태권 보장 조항 삭제를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캔자스는 미국에서 보수성향이 가장 강한 주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56%를 득표했던 곳. 당연히 조항삭제 찬성이 압도적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결과는 찬성 41%, 반대 59%로 헌법수정은 부결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낙태이슈의 파급력을 간파한 민주당은 이것으로 ‘선거 프레임’을 만들고 나섰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이것으로 중간선거에서 큰 재미를 봤다. 중간선거에 대해 ‘문화이슈’가 정책과 경제를 이긴 선거라는 평가가 나왔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선거에서는 종종 지지하는 정당보다 문화이슈가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하곤 한다. 그래서 선거를 흔히들 ‘문화전쟁’이라 부르는 것이며, 바로 지난 중간선거가 그랬다.

그동안 이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온 것은 대체적으로 보수였다. 그러니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지킨 것은 진보가 문화전쟁에서 모처럼 거둔 승리였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오는 11월 대선에서도 낙태이슈를 중요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 정치 리서치 기업인 ‘애드임팩트’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은 11월 선거의 포커스를 기존의 트럼프 비판에서 경제와 낙태이슈로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가 바이든의 대체 후보로 확정된 후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민주당으로서 고무적인 것은 대통령 선거일에 여러 주에서 낙태권 관련 주민투표가 함께 실시된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는 경합주로 분류되는 애리조나와 네바다 등이 포함돼 있다. 낙태이슈는 진보·여성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이슈인 만큼 민주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자 트럼프는 여성과 중도층 표를 의식한 듯 수시로 입장을 바꾸면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 들어온 후 낙태 반대를 표방해왔던 그는 최근 들어서는 ‘유동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보수층 지지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10일 밤 열린 대선 TV토론에서도 “나는 낙태금지에 찬성하지 않지만, 이제는 각 주가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내 입장은 중요하지 않다”며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확고한 철학이나 가치 위에서 정치를 하는 인물이 아닌 만큼 그가 지금 어떤 말을 하던 당선 후에는 기존 입장으로 되돌아가리란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낙태이슈는 올 대선에서도 파급력을 발휘하게 될 것인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 전망일 것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인류사회와 인생사는 천태만상 총 천연색이다. 크고 작은 모양과 색깔 등 각기 다른 특성이 수없이 많고 또 장단점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최선호 보험전문인 예전엔 어른이 어린아이를 보고 한글을 깨쳤는가를 물을 때 “가나다를 아냐”고 묻곤 했었다. ‘가나다’가 한글 알파벳의 대표 격이 되는 것이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

[독자기고] 쉴 만한 물가-Serenity

제임스 한 목사 2024한 해가 간다. 석양이 서쪽 하늘에 드리워 지면서 밝은 빛이 지워져 간다.마지막 노을을 펼치면서 2024를 싣고 과거로 간다. 이별이다. 아쉬움이다. 떠남이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산기슭에 자리한 아파트의 작은 거실이지만 동쪽으로 큰 유리창이 나 있고 그 창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면 한 겨울인데도 따뜻한 봄날 같다. 문득 바깥추위가 걱정돼 텃밭에 갔더니 꽃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허 영희(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그대가 있어서찬바람이 불어도 이제 춥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떨어지는 낙엽에도 이제 눈물 흘리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비 오는 아침에도 이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