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경제활동 참가율↓
여성은 78%로 역대 최고
연방 노동부가 지난주 발표한 4월 고용보고서가 미국에서 남성과 여성의 경제적 지위 변화적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을 받았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남성들은 줄어드는 반면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는 늘어나는 추세가 다시 확인됨으로써 ‘남성의 지위 약화’가 새삼 입길에 올랐다.
지난 3일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핵심 연령층(25~54세)에서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월 들어 89.1%로 전월대비 0.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의 중추 역할을 하는 이 세대에서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터지자 86% 초반대까지 급락한 뒤 반등하긴 했으나, 지난해 가을부터는 뒷걸음질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동시장은 견조한 고용 창출 흐름을 이어왔지만 남성의 경제활동은 오히려 위축된 것이다.
반면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팬데믹 충격을 극복한 뒤로 오름세를 줄곧 이어오고 있다. 핵심 연령층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월 들어 78.0%로 전월대비 0.3%포인트 상승,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외환 전략가 출신인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은 핵심 연령층 남성이 노동시장을 포기하고 영구히 떠나는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이것이 정치적 급진화를 조장한다 해도 주류 언론이나 경제학자들에 의해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핵심 연령층 남성의 경제 활동참가율은 선진국 중에서 ‘아웃라이어’”라면서 이 비율이 미국보다 낮은 곳은 이탈리아뿐이라고 지적했다.
매사추세츠 세일럼주립대의 이본 비싱 교수는 뉴스위크에 산업구조의 변화로 남성들이 노동시장에서 덜 유리하게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가운데 여성들이 담당하는 빈도가 높은 보건·교육·행정 일자리의 중요성이 커진 게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울러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남성들이 직장을 떠나고 있을 수도 있다면서 “많은 직업이 단순히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남성이 학력 측면에서 여성에 뒤처지게 됐다거나 약물 중독, 비만 등 건강상 문제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점도 남성의 경제활동이 줄어드는 원인으로 자주 거론된다.
미국 싱크탱크 초당적정책센터(BPC)가 지난 2월 설문조사에 기반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핵심 연령층 남성 중에서 일자리를 찾지 않고 있는 이들이 일을 하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건강이었다. 답변 비중이 57%로 다른 요인들을 압도했다.
아울러 구직을 하고 있지 않은 이들 중 47%는 쓸모가 없어진 기술, 교육 부족 또는 빈약한 경력 등을 취업의 걸림돌로 거론했다.
한편 고용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4월 신규 일자리 증가 폭은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은 상승했고, 주간 임금 상승률이 하락하는 등 그동안 뜨거웠던 고용시장이 식어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4월 전국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7만5,000건 증가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4만명을 큰 폭으로 밑도는 수치다. 또한 직전 12개월간 평균 증가분(24만2천건)에도 크게 못 미쳤다.
4월 실업률은 3.9%로, 3월의 3.8%에서 증가하며 전문가 전망치(3.8%)를 웃돌았다.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월 대비 0.2%로 시장 전망(0.3%)에 못 미쳤다. 1년 전과 비교한 평균임금 상승률은 3.9%로 2021년 6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고용 초과수요에 기반한 뜨거운 고용시장은 그동안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