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게 ‘양날의 검’
신용 부실자 양산 우려
과소비 조장·부채 심화
연체 시‘폭탄’수수료
“결국 빚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다”
고금리 기조 속에 ‘BNPL’(Buy Now, Pay Later·선구매 후결제)’가 급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BNPL은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할 때 결제 서비스 업체가 가맹점에 먼저 대금을 지불하고, 소비자는 나중에 결제 업체에 대금을 갚는 후불 결제 방식이다. 신용카드 할부처럼 여러 차례에 걸쳐 상환이 가능하고 대부분 4회에 걸쳐 무이자로 납부할 수 있다.
신용카드 발급이 까다로운 미국에서 신용이 없어도 쉽게 가입이 가능해 이용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BNPL 시장은 적어도 2020년 이후 매년 성장하고 있고, 2028년에는 세계 시장 규모가 7,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어도비애널리틱스는 올해 1분기 미국 소비자들이 온라인 샤핑에서 사용한 BNPL 금액을 약 192억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12.3% 증가한 규모다.
문제는 고물가와 고금리에 직면한 소비자들이 BNPL을 이용해 본인의 가처분 소득을 넘어서는 과도한 소비를 한다는 점이다.
많은 BNPL 사용자들이 정해진 날짜에 상환을 할 경우 무이자 대출이지만 연체하게 되면 일반 신용카드 보다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아무리 소액이라도 ’빚은 빚‘이라고 지적한다.
블룸버그 통신이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BNPL 서비스 사용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재정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9~21일 성인 2,0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50명은 BNPL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BNPL 사용자 중 3분의 1 이상은 신용카드 사용 한도를 모두 채운 후 BNPL 서비스에 눈을 돌렸다고 답했다.
또 사용자의 23%는 결제 금액을 분할 납부하지 않으면 구매한 대부분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BNPL의 영향에 대한 질문에 이용자의 절반 이상인 54%(복수 응답)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소비를 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4%는 ‘더 가난해졌다’고 말했고, 32%는 ‘월간 예산에 맞춰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BNPL에 매달 얼마를 빚지는지 놀랐다’는 응답은 31%, ‘신용 점수가 나빠졌다’는 응답은 29%였다. 이어 ‘다른 신용 대출 상환이 연체됐다’(28%), ‘심각한 부채에 빠졌다’(27%), ‘소비가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됐다’(24%)의 순으로 집계됐다.
조사에서는 또한 사용자의 3분의 1 이상이 1,000달러를 초과하는 BNPL을 사용했다. BNPL 사용자 중 거의 절반은 각종 대금을 지불하거나 식료품을 포함한 필수 품목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거나 고려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러한 대출은 서민층이나 저소득층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외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중산층 가구도 BNPL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소득이 10만달러 이상인 사람들 중 42%는 BNPL 지불이 연체됐다고 밝혔다.
에드 한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회계학 교수는 “BNPL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더 깊고 깊은 신용의 구멍을 파게 하고, 거기에서 벗어나기 더욱 더 어렵게 만든다”며 “사람들은 BNPL의 위험에 대해 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일단 BNPL을 사용한 미국인들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이번 조사에서 BNPL 부채가 있는 소비자 중 43%가 지불이 연체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가계의 부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규모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BNPL은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미 자동차 대출이 연체되고 있고, 신용카드 연체율도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2023년 4분기 가계부채 및 신용 보고서’에서 미국 가계부채가 17조5,000억달러에 달하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