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하 여부 ‘고민’
“인하 전 설득력 있는 증거
구체적 경제 수치가 필요”
11월 대선 정치압박도 변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당초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연준의 금리 관망세는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장 일각에서 슬금슬금 나오던 '금리 인상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연준은 이날 연방기금 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대로다.
현재 거시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지속 가능한 경로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에 대한 자신감은 예전보다 작다"고 덧붙였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더 낮추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시장이 파월 발언에 대해 '덜 매파적'이라고 본 것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언급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 문제를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리려면 (현재의) 높아진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지 못한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금 우리가 보고 생각하는 상황은 아니다. 데이터가 답해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지금 나오는 지표들을 보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작지만 그렇다고 금리 인상을 논의할 상황은 더욱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발표가 있기 전에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다는 식으로 언급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이 있었다. 투자자들의 선물옵션 거래 상황을 봐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조금씩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이런 우려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타델 증권의 마이클 드 패스 글로벌 금리팀장은 "금리 인상의 허들은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높다. 시장은 이런 금리 정책에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또 오는 6월부터 양적 긴축(QT) 속도를 늦추기로 결정해 금리 인상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을 가리킨다. 양적 긴축 축소는 시장의 유동성 흡수를 덜 하겠다는 의미로, 금리인하와 정책 방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않는다고 해서 현 상황을 만족스럽게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파월 의장은 "물론 우리는 3% 물가상승률에 만족하지 못한다. '3%'는 '만족한다'는 단어와 어울릴 수 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인지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연준 이사 출신인 윌리엄 잉글리쉬 예일대 경영대학 교수는 "연준은 충분한 지표가 나올 때까지 기존의 정책 기조를 고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자세가 인플레와 싸우는 데 좋지 않다면 어느 시점에서는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파월 의장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민주·공화 양당의 정치적 압박에 금리인하라는 측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대선 전 마지막 회의가 열리는 9월과 대선 이후 열리는 12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것을 두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넬 대학 경제학 교수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성장이 둔화하며 정치 일정이 점점 더 빡빡해지는 등 연준은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