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는 전월과 같은 3.8%↑…인플레 둔화세 멈추고 정체
연준 금리인하 기대 늦출 듯…전문가 "시장 연내 금리인하 2회 미만 반영"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들어 3%대 중반으로 반등하며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반등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에 더욱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이란 기대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미 노동부는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 달 전인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3.2%) 대비 크게 오른 데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4%)도 웃돌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 역시 0.4%로 전문가 예상치(0.3%)를 웃돌았다.
주거비(전월 대비 0.4%)와 휘발유(전월 대비 1.7%) 가격 상승이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에 절반 이상을 기여했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를 고점으로 기록한 뒤 작년 상반기까지 둔화 추세를 나타내왔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3%대 초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2%대 진입에 실패해왔다.
특히 지난 1∼2월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인플레이션이 쉽게 둔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해 2월 상승률(3.8%)과 같았다. 전월 대비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역시 2월 상승률(0.4%)과 같았다.
근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전월 대비 수치 모두 전문가 예상치를 모두 0.1%포인트씩 웃돌았다.
근원 소비자물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 가격을 제외하기 때문에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안정적으로 둔화되고 있음을 확신할 때까지 금리 인하를 서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유지해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최근 물가 지표가 단순한 요철(bump) 이상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라고 말하며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이어질지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2월에 이어 3월 들어서도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하에 좀 더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 증시 개장 전 주가지수 선물은 이날 소비자물가 발표 후 3대 지수 모두 전장 대비 1%대 하락세를 보였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소비자물가 지표 발표 직후인 오전 9시 13분 현재 4.51%로 전날 미 증시 마감 무렵(4.36%) 대비 15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이날 물가 지표에 대해 "현재 시장은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2회 미만으로 내릴 것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경제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연준이 '더 늦게 더 조금' 금리를 내리는 정책 변환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