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98년 이후 최다 1분기 최고가 기록
금·비트코인 등 주요 자산도 잇따라 최고 경신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 1분기 미국 시장에서 주식부터 금·비트코인에 이르는 거의 모든 자산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가 펼쳐졌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및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이 자산 시장의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인소비지출(PCE)을 비롯한 인플레이션 개선 추세가 시간이 갈수록 둔화해 투자심리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0.11% 상승한 5254.35를 나타내며 올 들어 22번째 ‘사상 최고치’ 기록을 썼다. 이는 1분기 중 역대 최고가를 25번 갈아치운 1998년 이후 가장 많은 신고가 기록이다. 연초 후 상승률은 10.79%로 역대 1분기 상승률 중 201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올 1~3월 늘어난 미국 상장 주식의 총가치만 4조 달러에 이른다.
주식뿐 아니라 비트코인과 금 등 주요 자산 모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금 선물 가격은 이달 8.4% 올라 2020년 7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 폭을 보였다. 비트코인 역시 이달 7만 달러를 넘어서며 2021년 11월 세운 기존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가 가라앉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점이 상승장을 부추겼다. WSJ가 1월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서 1년 뒤 경기 침체를 전망하는 응답자 비율은 39%로 직전 조사인 지난해 10월의 48%보다 낮아졌다. 그럼에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6월 금리 인하 전망은 현재 63.6%를 나타내고 있다. 빌 애덤스 코메리카뱅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금리 전망이나 유가는 떨어진 반면 물가 대비 실질임금은 상승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줄었다”고 말했다.
AI에 대한 기대감도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AI 칩을 생산하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 들어 87.59% 올랐고 AMD는 30.24% 뛰었다. AI 서버를 구축하는 슈퍼마이크로컴퓨터의 주가는 253.84% 급등했다.
변수는 인플레이션이다. 지난해 말 조기 금리 인하론이 불붙은 계기가 예상보다 빠른 물가 둔화 추세였던 만큼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통화정책 전망이 바뀔 수 있다. 재니몽고메리스콧의 댄 완트로브스키 리서치 부문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고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준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둔화한 물가는 올해 들어 개선 추세가 사라졌다. 28일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발표한 2월 PCE 상승률(전년 대비)은 2.5%로 시장 예상치(2.5%)에 부합했지만 1월(2.4%)보다 가팔라졌다. 앞서 마이크 코나치올리 시티즌스 투자전략 부문 부대표는 “PCE가 높게 나오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내놓은 (연내 3회 인하) 전망이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열에 대한 우려 못지않게 낙관론도 팽배하다. 알렉스 맥그래스 노스엔드프라이빗웰스 최고투자책임자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았다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며 “기업들의 수익도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주가는 계속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통령 선거가 자산시장을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1950년 이후 S&P500지수는 선거가 없는 해에는 해당 기간 동안 평균 7.3% 상승한 반면 대통령 선거 기간에는 83% 올랐다.
<서울경제= 뉴욕 김흥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