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원, 미국 인도 뒤집고 한국 송환 최종 결정
몬테네그로 법무부, 한국 법무부에 송환 공식 통보 전망
권도형 변호사 "항소법원 결정에 만족…구속력 있는 결정"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가 한국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됐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20일(현지시간) 권씨 변호인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한국 송환을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단을 확정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항소법원이 원심을 확정함에 따라 권씨의 신병 인도와 관련한 몬테네그로 재판부의 사법 절차는 종료됐다. 권씨 측의 항소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항소법원은 "원심(고등법원)은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보다 순서상 먼저 도착한 점을 근거로 권도형을 한국으로 인도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동일인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여러 국가가 요청한 경우에 적용되는 형사사법공조에 관한 법률 제26조 등을 올바르게 적용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권씨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한 채 UAE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권씨의 형기가 오는 23일 만료되는 만큼 그는 이달 23일 또는 24일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이르면 이번 주말(23∼24일)에 권씨의 신병 인도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씨와 함께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됐던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국내로 송환된 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애초 몬테네그로 법원은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라고 결정했지만, 권씨 측은 끈질긴 '법정 다툼' 끝에 이 결정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앞서 항소법원은 지난 5일 권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미국에 인도하기로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애초 결정을 무효로 하고 재심리를 명령한 바 있다.
항소법원은 당시 미국 정부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더 일찍 도착했다고 본 원심과 달리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지적했다.
하급심인 고등법원은 항소법원의 판단을 수용해 지난 7일 권씨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고등검찰청은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기로 한 고등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항소법원은 "형사소송법 제20조 제2항은 국가 검사의 항소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사법적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는 권씨의 한국 송환과 관련한 행정 절차만 남았다.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곧 한국 법무부에 권씨의 한국 송환을 공식 통보하고 구체적인 신병 인도 일정과 절차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이 그간 권씨 송환국과 관련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말하는 등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사법부의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몬테네그로는 유럽연합(EU)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EU 가입 자격요건 중 하나가 삼권분립과 같은 민주주의의 원칙과 법치 준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밀로비치 장관이 법원에서 결정된 신병 인도국을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권씨의 몬테네그로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AP 통신에 "항소법원의 결정에 만족한다"며 "구속력 있는 결정이며, 법에 따라 몬테네그로와 한국의 법무부가 관련 경찰 당국과 함께 인계 시간, 장소, 조건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결정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형량이 미국보다 낮은 한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선호한 권씨와 그의 변호인단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다만 권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더라도 한국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통해 미국에서 먼저 재판받도록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신은 "미국은 전 세계에 있는 권씨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과 이를 공유하는 데 합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