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시급 25% 인상’에도…못 웃는 패스트푸드 직원들

미국뉴스 | 경제 | 2024-02-28 09:35:14

패스트푸드 직원들,최저시급 인상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캘리포니아 최저시급 인상

 

null

 

 

“당연히 알고 있죠. 그런데 별로 기쁘진 않네요.”

지난 23일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한 유명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직원 호세 코르테즈에게 ‘4월부터 최저 시급이 20달러로 인상되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급여가 늘어난다는데 기대가 안 된다는 말이 의아해 그 이유를 되물으니 시큰둥한 대답이 이어졌다. “지금도 우리는 그 이상을 받고 있어요. 최저 시급(현 16달러)을 준다고 하면 아무도 여기서 일하지 않을 테니까요. 여기선 그 정도만 벌어서는 절대 살 수 없어요.”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새너제이는 물가가 높기로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최저 시급만 주겠다 하면 직원을 구하기가 어려워 그보다 높은 시급을 지급하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오히려 코르테즈는 기대보다 걱정이 더 크다고 했다. 최저 시급이 오르면 근무 인원을 줄여 노동강도가 더 세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점포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직원을 절반 가까이 줄였는데, 팬데믹이 끝나면서 고용을 다시 늘리긴 했어도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직원 수가 줄어든 만큼 남은 직원들의 업무량은 당연히 늘었다. “최저 시급이 오르면 그걸 이유로 사람을 더 줄일 거예요. 벌써 줄인 지점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곧 우리 얘기가 될지도 모르죠.”

캘리포니아주가 4월 1일부로 패스트푸드 체인 노동자들의 최저 시급을 인상한다. 현재 시간당 16달러(약 2만1,300원)인 최저 시급이 20달러(약 2만6,630원)로 오른다. 지난해 15.5달러였던 게 올해 1월 16달러로 소폭 인상됐는데, 불과 넉 달 만에 4달러가 더 오르는 것이다. 인상률은 25%. 한 번에 25%가 오르는 것은 미국에선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전면적 인상을 한 달여 앞둔 요즘,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표정은 복잡하다. 생계비 벌기도 버거운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코르테즈처럼 악영향을 걱정하는 이도 많다.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문제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이미 상당수 패스트푸드 업체가 최저 시급 인상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메뉴 가격 인상을 예고한 데다, 다른 업계나 주로도 연쇄적 임금 인상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전체 외식 매출의 약 14%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임금 인상 요구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급격한 최저 시급 인상은 한국인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슈다. 먼저 겪은 한국에선 저임금 노동자들 급여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으나, 오히려 해당 분야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규모 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의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캘리포니아는 다를까. 그 끝은 공생인가, 공멸인가. 캘리포니아의 실험에 미국인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저 시급, 25%나 올리는 이유는

캘리포니아의 최저 시급은 적은 편이 아니다. 미국 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데, 일부 자치단체는 주정부가 정한 시급보다도 높게 책정하고 있다. 최저 시급이 가장 많은 도시는 웨스트할리우드로 시간당 19.08달러다. 연방 최저 시급(7.25달러)의 2.5배가 넘는다.

안 그래도 높은 최저 시급이 25%나 더 인상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이렇게 받아도 캘리포니아의 고물가를 감당하기 힘든 게 현실이어서다. 현재 캘리포니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3만4,000달러(약 4,527만 원)로, 최저 생계비(약 5만6,000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노동환경도 열악하다. UC버클리노동센터 연구에 따르면 패스트푸드점 직원의 87% 이상이 1년에 한 번 넘게 근무 중 다쳤고, 90%는 휴식 시간 보장과 초과근무 수당 지급을 거부당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자, 미국 전역에서는 노동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저임금에 허덕이며 살아가던 캘리포니아 패스트푸드 노동자들도 거리로 이끌어 냈다. 이들은 “감염 위협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지만, 내 삶이 나아지긴커녕 더 팍팍해졌다”고 강변했다. “기업이 이익을 노동자들과 마땅히 나눠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미국 노동자인권옹호단체 ‘15달러를 위한 투쟁’에 따르면, 2020년부터 캘리포니아 패스트푸드 업계 종사자들이 벌인 파업은 450회가 넘는다.

이 같은 목소리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의회를 향했다. “적어도 생활비만큼은 벌게 해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였다. 기업들은 돈으로 맞섰다. 주의회에 100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으며 ‘입법 저지’ 로비를 벌였다. “가장 힘든 시기에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고객들의 눈에 포크를 찌르는 것과 마찬가지”(매튜 할러 국제프랜차이즈협회장)라면서 여론몰이에도 열을 올렸다.

주 당국은 패스트푸드 노동자들 주장에 더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022년 노동절(9월 5일),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최저 시급을 22달러 한도 안에서 올릴 수 있고 △논의 과정에 노동자 대표를 포함시키도록 한 법안에 서명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해 9월엔 전국에 60개 이상 점포를 둔 패스트푸드 업체에 한해 ‘올해 4월부터 최저 시급 20달러로 인상’을 골자로 하는 최종 법안에도 서명했다. 최소 50만 명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주정부는 전망했다. 뉴섬 주지사는 “더 공정한 임금,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 조건, 더 나은 교육을 향한 한 걸음”이라고 자평했다.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 홀든 주 하원의원은 “오늘 우리는 이 나라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패스트푸드 임금법 중 하나가 서명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노동자, 소비자만 피해 볼 수도”

패스트푸드 최저 시급 인상은 그러나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목표한 결과만 불러오진 않을 전망이다. 미국 의회예산처는 2021년 보고서에서 “연방 최저 시급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면 수십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 성장률 둔화, 일자리 140만 개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짚었다.

그간 시급 인상에 격렬히 반대해 온 업체들은 보란 듯이 메뉴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명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는 4월 이후 캘리포니아주 매장 메뉴 가격을 5~9% 올릴 예정이다. 햄버거 체인 잭인더박스도 6~8% 인상하기로 했다. 맥도널드도 가격 인상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패스트푸드 평균 가격은 미국에서 여섯 번째로 비싼 수준인데, 여기서 더 가격을 올리면 패스트푸드를 사 먹는 대신 차라리 집에서 요리하는 걸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빨리 팔리는데 굳이?…오픈 하우스 해야 하는 이유
빨리 팔리는데 굳이?…오픈 하우스 해야 하는 이유

사람 모여야 경쟁 생겨판매 기간 효율적 단축실제 모습에 신뢰감 ↑  주택 구매 의사 없이 오픈 하우스를 방문했다가 구매 계약 체결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 이처럼 오픈 하우스는 잠재

하늘에서 웬 날벼락… 항공기 얼음 오물 주택 지붕에
하늘에서 웬 날벼락… 항공기 얼음 오물 주택 지붕에

‘낙하물’로 분류 시 보험 가능사진 촬영·경찰 신고·현장 보존보험료 비싸도 가입해야 안전   항공기 낙하물이 주택가 지붕에 떨어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만큼 적절한 주택 보험에

“비트 한 잔의 힘”… 심장 건강 지키는 ‘질산염 식품’ 주목
“비트 한 잔의 힘”… 심장 건강 지키는 ‘질산염 식품’ 주목

■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혈압 낮추고 혈관 확장… 심혈관 질환 예방효과비트·잎채소 속 질산염, 체내서‘산화질소’전환“하루 비트 4개 또는 주스 500ml”섭취 권고돼&

하루 맥주 1잔 괜찮다고?… 가벼운 음주도 쌓이면 뇌 혈류 줄인다
하루 맥주 1잔 괜찮다고?… 가벼운 음주도 쌓이면 뇌 혈류 줄인다

누적 음주량 많으면뇌 피질 두께 얇아져 <사진=Shutterstock>  가벼운 음주도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영

마그네슘, 혈압·혈당 조절부터 숙면까지 ‘필수 미네랄’
마그네슘, 혈압·혈당 조절부터 숙면까지 ‘필수 미네랄’

■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칼럼미국인 절반 권장량 미달… 식물성 식품 섭취를호박씨·시금치·견과류 등 식단으로 충분히 보충전문가“보충제보다 식단 개선이 먼저”조언 마그네슘 보충

스마트폰 2주만 중단해도… 인지 기능 10년 ‘회춘’
스마트폰 2주만 중단해도… 인지 기능 10년 ‘회춘’

‘정신 건강·행복감’ 상승 ‘불안감·불면증’은 완화 항우울증 효과에 버금 타인과 비교 SNS에 취약 소셜미디어 사용을 2주만 중단해도 뇌 인지 기능이 약 10년 젊어진다는 연구 결

환경 문제 갈수록 심각… 지구 살리는 주방 습관
환경 문제 갈수록 심각… 지구 살리는 주방 습관

육류나 유제품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토지 이용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로이터]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이상 기후와 그에 따른

헷갈리는 재정보조 수혜서… 내가 낼 돈부터 파악해야
헷갈리는 재정보조 수혜서… 내가 낼 돈부터 파악해야

수혜서 용어부터 이해무상 지원 많아야 유리순비용 기준 대학 비교보조 부족하면 이의 신청 ‘대학 재정보조 수혜서’(Financial Aid Award Letter)를 이해하는 일은

학자금 대출 상환 방심하면 큰 일… 신청 전부터 신중 접근
학자금 대출 상환 방심하면 큰 일… 신청 전부터 신중 접근

4년 치 학비부터 추산상환 가능 금액만 대출민간 프로그램도 비교기혼자 전략적 세금 신고 높은 대학 학비 마련을 위해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대출 전 FAFSA

“아침마다 머리가 깨질 듯, 속은 울렁”…‘뇌종양’ 신호일수도
“아침마다 머리가 깨질 듯, 속은 울렁”…‘뇌종양’ 신호일수도

■ 강신혁 고대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아침에 심한 두통 호소… 구토·시각이상 동반되기도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 CT·MRI 검사로 진단수술 이후에도 재활 치료·정기적인 추적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