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업계는 수십 년 동안 우유가 건강한 뼈와 어린이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는 연방정부도 뒷받침하는 바, 유제품을 먹거나 마시는 것이 뼈를 튼튼하게 만들고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유는 어린이의 성장에 정말 필수적일까? 뼈를 튼튼하게 하려면 성인도 우유를 마셔야 할까? 실제로 우리 몸은 얼마나 많은 우유와 칼슘을 필요로 할까? 뼈 성장과 전반적인 건강에서 유제품의 역할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통의 플레인 우유가 어린이용으로 시판되는 다양한 플레이버의 음료보다 훨씬 더 영양가가 높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우유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전반적인 건강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유를 좋아하지 않거나 과민증이 있는 성인이나 어린이의 경우, 식단에서 유제품을 제외한다고 해서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칼슘 함유량 생각만큼 필수 음료는 아냐
평소 건강식단 유지하면 칼슘 섭취 충분
북유럽 국가들에서 골절율 높은‘역설’
■칼슘은 얼마나 필요한가
건강하고 다양한 식단을 섭취한다면 우유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식에서 칼슘을 섭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칼슘은 콩, 채소, 통곡물, 생선, 견과류, 씨앗, 두부, 강화 식물성 두유, 치즈 및 기타 유제품에 함유되어있다.
여러 보건기관에서 권장하는 칼슘 섭취량은 매우 다양하다. 연방 농무부에서는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하루 1,000~1,300밀리그램의 칼슘 섭취를, 어린이와 성인에게는 하루 2~3컵의 유제품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하루에 500mg의 칼슘만 섭취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우유 한 컵에는 약 300mg의 칼슘이 함유되어있다.
일반적인 임상 시험에 따르면 성인들이 칼슘 보충제를 복용한다 해도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동시에 여러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 덴마크 및 기타 북유럽 국가와 같이 우유와 칼슘 섭취량이 가장 많은 국가에서 역설적으로 고관절 골절 발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칼슘 섭취는 뼈 성장과 골밀도를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한계점이 전통적으로 생각했던 것만큼 높지는 않다. 한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연구자들은 8세에서 16세 사이의 남녀 어린이를 모집하여 그중 일부에게 18개월 동안 매일 3인분의 우유 또는 유제품을 제공했다. 연구 결과, 유제품과 칼슘을 추가로 섭취해도 어린이의 골밀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나 유제품을 섭취하고 싶지 않다면 콩, 잎채소, 강화식물성 우유(fortified plant milks) 및 기타 칼슘 함량이 높은 식품을 섭취하면 된다. 칼슘 부족이 걱정된다면 비타민 D가 함유된 칼슘 보충제를 복용하라고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역학 및 영양학 교수인 월터 윌렛은 권장했다. “칼슘 500mg과 비타민 D 약 600IU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윌렛은 그러나 “건강한 식단을 가진 사람이라면 보충제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린이는 우유를 얼마나 마셔야 할까
2019년 영양 및 식이요법학 아카데미, 미국 소아치과학회, 미국 소아과학회, 미국 심장학회 등 4개의 주요 보건기관이 함께 발표한 5세 이하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음료는 물과 저온살균 우유이다. 하지만, 그 권장량은 연령에 따라 다르다.
-12개월 이하: 우유는 먹이지 말고 하루 최대 1컵의 물.
-1~2세: 전유(whole milk) 하루 2~3컵. 매일 1~4컵의 물.
-2~3세: 탈지(skim or fat-free) 또는 저지방(low-fat 1%) 우유 하루 최대 2컵, 물 1~4컵.
-4~5세: 탈지(무지방) 또는 저지방 우유 하루 최대 2.5컵, 물 5컵.
윌렛은 우유는 (특히 식단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양소를 제공하는 ‘완전식품’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쌀이나 옥수수와 같은 전분질 식품이 70~80%인 식단을 섭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우유는 많은 영양 결핍을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우유를 마시면 키가 커질까
1976년 영국의 한 연구에서 저소득층 초등학생 581명을 무작위로 배정하여 우유가 포함된 학교 급식과 우유가 포함되지 않은 급식을 제공했다. 21개월 후, 우유를 제공받은 아이들의 키는 평균적으로 1/10인치 더 자랐는데 그 효과는 너무 미미해서 전문가들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라고 말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영양 및 역학 교수이자 의사인 호르헤 E. 차바로는 “영양이 매우 부족한 경우에 효과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면서 이미 잘 성장하고 있다면 “우유를 마신다고 해서 키가 더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서부의 낙농장에서 자란 윌렛은 우유를 마시면 뼈와 근육 조직의 성장을 촉진하는 IGF-1 호르몬 수치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유를 많이 섭취하여 키가 더 크는 것은 ‘양날의 검’이어서 뼈가 길수록 부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우유를 많이 마시는 국가에서 골절률이 더 높은 것이 이를 설명해주고 있다.
■우유의 호르몬에 대해 걱정해야 할까
우유에는 신생아 송아지에게 유익한 동화작용 호르몬이 자연적으로 많이 함유되어있다. 송아지는 태어난 지 몇 시간 안에 일어나서 뛸 수 있어야하므로 우유에 성장 호르몬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공장식 농장의 젖소는 젖을 짜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임신 상태이기 때문에 상업용 우유에는 프로게스틴과 에스트로겐과 같은 성호르몬이 함유되어있다. 일부 증거에 따르면 이러한 호르몬은 암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대규모 관찰 연구에 따르면 우유 및 유제품 섭취는 유방암, 전립선암, 고환암 발병률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만을 보여준다. 다른 연구에서는 이러한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많은 관찰연구에서 우유와 유제품 섭취가 대장암 발병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유제품의 칼슘이 대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아이가 우유를 좋아하지 않거나 소화하지 못하면
5세 이하 어린이에게는 식물성 우유가 권장되지 않는다. 영양학적으로 우유와 동등하지 않고 당분이 첨가되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당불내증이나 우유 알러지가 있거나 가족이 채식을 하거나 환경 영향 등의 이유로 우유를 피하는 어린이의 경우, 전문가들은 영양학적으로 가장 유사한 강화 두유(fortified soy milk)를 권장한다.
윌렛과 하버드 의사인 데이비드 루드윅은 리뷰 기사에서 “동물성 식품을 거의 포함하지 않는 식단에 비타민 B12를 보충하고 햇빛노출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비타민 D를 섭취하는 등 식단의 질에 주의를 기울이면 유제품 없이도 어린 시절 내내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이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By Anahad O’Connor and Sophie Eg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