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들 수억달러 차입
유명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말 이미 크게 상승해 일각에서 거품 우려까지 제기됐던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주식의 추가 상승에 베팅해 큰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감독 당국에 제출된 공시자료에 따르면 보스턴 소재 헤지펀드 애로우스트리트 캐피털은 지난해 4분기 엔비디아 주식 400만주를 매입해 연말 기준으로 21억달러어치의 주식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애로우스트리트가 이들 주식을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면 현재 최소 10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도 같은 기간 엔비디아 보유주식을 4배로 늘려 22만주 이상을 추가 확보했으며, 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현재 6,5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억만장자 크리스 로코스가 이끄는 영국의 로코스캐피털도 엔비디아 주식 25만주 이상을 매입해 6,0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도 지난 분기 30만주 이상을 매입해 총보유주식이 150만주를 넘어섰으며, 이를 그대로 보유했다면 현재 수익은 3억7,500만달러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됐다. 월가는 많은 개인 투자자들도 상당한 차입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폭발적인 상승 랠리를 펼치면서 헤지펀드 업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종목이 됐으며, 헤지펀드들의 지난해 4분기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시장 일각의 ‘거품’ 경고에도 불구, 엔비디아 주식을 대거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엔비디아에 첨단 반도체 칩에 대한 주문이 쇄도한 데 힘입어 지난해 이 회사의 주가가 3배 이상 급등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48%나 올랐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로 예정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지난 14일 뉴욕 증시에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을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헤지펀드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 4분기 엔비디아 주식을 내다 판 것으로 확인됐다. D1캐피털 파트너스는 146만주 이상을 매각했고 코투는 약 21만9천만주를 내다 팔았다. 체이스 콜먼의 타이거 글로벌도 ‘매그니피센트7’ 주식 보유 비중을 줄이면서 엔비디아 주식 154만2,900주를 매도하는 대신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 주식 100만주를 새로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