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테러나 폭력적 극단주의 아냐"…희생자는 40대 라틴계 여성
피해자 절반 이상이 아동·청소년…미국 올해 총기 난사 49번째
지난 14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슈퍼볼 우승 축하 행사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애초부터 행사 참가자들을 노리고 계획한 범행이 아닌, 개인간 분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경찰당국이 밝혔다.
캔자스시티 경찰국(KCPD) 스테이시 그레이브스 국장은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예비조사 결과 테러나 자생적 폭력 극단주의와의 연계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여러 사람 간 다툼이 총격으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구금된 3명 가운데 2명이 청소년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아직 이들을 기소하지 않았으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총격에 이른 경위 등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레이브스 국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답변하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다며 "이 총격 사건을 직접 목격했거나 사건 영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날 오후 캔자스시티 유니언역 광장 앞에서 열린 슈퍼볼 우승 축하 퍼레이드와 무대 행사가 끝난 직후 총격이 발생해 모두 22명이 총에 맞았다. 이 가운데 1명이 숨졌고 21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사망자의 신원이 43세 여성 엘리자베스 갤번이라고 밝혔다.
또 전체 피해자 22명의 나이는 8세부터 47세까지 다양하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이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이라고 전했다.
14일(현지시간) 미 캔자스시티 총격 사건 현장[캔자스시티[미 미주리주]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AP통신과 CNN 방송 등은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여성이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DJ로 일하고 있었으며, 지역의 라틴계 커뮤니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전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미국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슈퍼볼 우승을 축하하는 대규모 퍼레이드와 무대 행사가 끝난 직후였다.
치프스는 지난 11일 열린 제58회 슈퍼볼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를 25 대 22로 무너뜨리며 우승컵을 차지해 지역 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이에 따라 선수들이 참석하는 축하 행사에 함께하려는 시민들의 열기가 뜨거웠고, 시 당국은 전체 참가자 수가 약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대규모 군중이 모인 행사의 안전 관리를 위해 현장에 800명이 넘는 인원을 배치했지만, 결국 총기 범죄를 막지는 못했다.
AP는 캔자스시티가 오랫동안 총기 폭력에 시달려 왔으며, 2020년에는 미 법무부가 폭력 범죄 단속 대상 지역으로 지정한 9개 도시 중 한 곳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캔자스시티에서는 182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으며, 대부분이 총기와 관련된 범죄였다.
다만 그레이브스 경찰국장은 캔자스시티에서 총기 범죄가 일상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며 "캔자스시티는 축하 행사에 100만 명이 모일 수 있는 도시이며,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VA) 집계에 따르면 이번 캔자스시티 사건을 포함해 올해 들어 두 달 반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mass shooting) 사건은 49건에 달한다.
이 단체는 가해자를 제외하고 4명 이상이 총에 맞은 경우를 총기 난사 사건으로 분류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