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카냐다 제이콥 성씨 숨지고 가족 2명 부상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라카냐다 지역의 한인 주택에 야심한 새벽시간 화마가 덮쳐 60대 한인이 사망하고 일가족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참극이 발생했다. 이웃을 사랑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늘 봉사를 아끼지 않았던 가장인 67세의 제이콥 성씨는 이웃 주민들과 구조요원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숨을 거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LA 카운티 소방국(LAFD)에 따르면 지난 30일 새벽 3시30분께 라카냐다 지역 풋힐 블러버드와 210번 프리웨이 사이에 위치한 2200블록 랜초 카나다 로드의 주택에서 전기 문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즉시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출동 20여 분만에 치솟는 불길을 진압했다.
화재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불이 난 집 맞은편에 살고 있는 한인 조이스 이 경관이었다. LA 카운티 셰리프국(LASD) 경관인 그녀는 새벽 3시30분께 출근을 하기위해 집을 나섰다가 성씨의 집에 불에 나 있는 것을 목격하고 곧바로 911에 신고했다.
이 경관과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어머니 이수지씨는 성씨 집에 불이 났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성씨 집으로 달려가 집 안에서 잠든 이들을 깨우기 위해 대문을 두드리며 고함을 질렀다. 이씨는 “내가 달려가 문을 두드렸을 때 대문과 창문은 이미 뜨거워져 있었고 창문 안쪽으로 연기가 가득 찬 모습이 보였다”며 “성씨의 반려견이 집 안에서 계속 짖고 있었지만 인기척은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고 후 약 1분이 지나 셰리프국 경관들이 도착했고 곧이어 소방대원들과 구조대원들이 도착해 집주인 성씨와 성씨의 아내, 조카를 구조했다. 구조대원들은 현장에서 약 1시간 동안 성씨에게 CPR을 시행했지만 성씨는 끝내 현장에서 사망했다. 성씨의 아내와 조카는 유독가스를 흡입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성씨가 키우던 반려견도 숨이 끊어진 채 발견됐다.
집 정면에서 보면 단층이지만 뒷마당 쪽에서 보면 지하실이 있어 전체적으로 2층으로 지어진 이 주택은 집 오른쪽에는 침실이 있고 왼쪽에 거실과 주방이 있는 구조다.
지하층에는 차고와 손님방이 있다. 화마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하층과 침실이 있는 집 오른쪽에 비해 주방과 거실이 위치한 집 왼쪽은 불에 탄 흔적이 심하게 나 있어 이곳이 발화 지점임을 알 수 있었다.
숨진 성씨와 가깝게 지내던 이웃주민 제임스 이씨는 “조카는 지하실에 있는 방에, 성씨의 아내는 집 오른쪽 침실에 잠들어 있었던 것 같다”며 “성씨가 평소에도 거실에서 잠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화를 면치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LA 카운티 셰리프국과 소방국 측은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전기 합선으로 인한 화재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성씨의 집 맞은편에 거주하고 있는 제임스 이씨도 “화재 후 감시카메라를 돌려 봤는데 수상한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제임스 이씨가 확인한 감시카메라 녹화 영상에 따르면 30일 새벽 3시께부터 성씨의 집 안에서 연기가 흘러나왔고 얼마 후 갑자기 불길이 거세기지 시작했다고 한다.
숨진 제이콥 성씨는 약 28년 간 이 주택에 거주했으며 의류도매업과 건축업, 요식업 등에 종사해온 사업가로 전해졌다. 이수지씨는 “성씨는 정말 좋은 이웃이었다”며 “매주 교회에 출석해 성가대 활동을 하고 봉사에 늘 앞장서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성씨의 아내 또한 선교사로 활동하고, 사비를 털어 아프리카에 학교를 세우는 등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 열정이 넘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의 이웃들은 31일 오후 6시께 성씨의 집 앞 모여 애통한 마음을 나누며 예배를 드리고 그를 추모했다. 성씨 가족과 친밀했던 또 다른 이웃주민 이모씨는 “2주 전에 성씨가 와인을 마시자고 했었는데 내가 몸이 안 좋아 마실 수가 없었다”며 “이렇게 급작스럽게 갈 줄은 정말 몰랐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비통해했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