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수익 가져왔지만 성장보단 규제·정체 초래”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의 성공을 이끌어 온 주동력인 ‘폐쇄적 생태계’가 이제 가장 큰 골칫거리(liability)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릿저널(WSJ)이 27일 진단했다.
애플이 그동안 아이폰 등 하드웨어, iOS 운영체제, 서비스 등을 통해 그들만의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며 성장해 왔지만 이젠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오는 3월 유럽에서 시행되는 디지털 시장법(DMA)을 앞두고 지난 25일 수수료를 낮추는 등 앱 결제 체계를 변경했다. DMA는 빅테크의 폐쇄적인 플랫폼을 개방하도록 하고 있는데, 애플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월드 가든·walled garden)에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WSJ은 “‘월드 가든’ 전략은 지난 십 수년간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줬지만, 이제 규제기관이 뛰어들고 파트너들은 이탈하고 경쟁자들로 둘러싸이게 했다”고 짚었다. 또 애플이 하드웨어 판매가 이전과 같지 않고 일부 기기 판매는 지지부진하면서 구독과 앱스토어를 통한 수수료 등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 전략은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기준으로 봐도 애플의 ‘월드 가든’은 이례적으로 포괄적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그것은 단순히 판매하는 기기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통합돼 애플 소비자들이 다른 기기를 사용하거나 경쟁 생태계로 옮겨가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어 애플은 수익 보장을 위해 이 정원을 공격적으로 규제하지만, 그 전략은 다른 기업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고 규제 기관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훨씬 더 개방적이고 경쟁적이라는 평가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측면에서도 안드로이드에 뒤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앱스토어 결제 시스템이 반독점법을 위반하고 반경쟁적이라며 2020년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에서는 3월부터 DMA가 시행되고, 연방 법무부는 애플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제한을 가해 경쟁업체들의 효과적인 경쟁을 방해했다며 반독점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애플은 점점 더 서비스 사업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 수익은 이런 폐쇄적인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애플은 지난해 3분기(7∼9월) 서비스 부문에서 22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애플 전체 매출의 4분의 1, 아이폰 판매 수익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 매체는 내달 2일 출시되는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애플은 이를 ‘컴퓨팅의 미래’라고 얘기하지만, 개발자들의 접근 권한이 제한되고 모든 앱 관련 거래가 애플을 통해 운영되는 ‘폐쇄적인 미래’라는 것이다.
WSJ은 “이제 모든 기업, 심지의 경쟁 기업조차도 가장 매력적인 고객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애플을 거쳐야 한다”며 “이런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은 애플의 성장을 견인했지만, 반대로 규제 당국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애플이 더 광범위하게 개방된 시장 전략을 취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성장보다는 규제와 제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