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LA 한인 김모씨 부부에게는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과정까지 마친 후 이번이 두 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올해 31세인 자녀가 있다. 현재 직장은 전 직장보다 적성이 맞는 것 같지만 아직 직급이 높지 않아 연봉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 독립해서 따로 살고 있지만 회사 인근 렌트비가 워낙 높아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생활비에 보태라고 매월 여유금을 조금씩 보내주고 있다.
오렌지카운티의 박모씨에게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다니는 25세 성인 자녀가 있지만 여전히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독립해서 높아진 주거비와 생활비를 어떻게든 감당할 수는 있다고 해도 저축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앞으로 수년은 더 같이 살기로 했다.
미국에서 부모들이 성인 자녀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하거나 같이 사는 경우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의 남가주 한인 사례들처럼 한인사회에서도 이른바 ‘캥거루족’ 현상이 예외는 아니다.
본래 캥거루족은 ‘성인이 된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여전히 의존하는 현상’을 의미하지만 요즘은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성인자녀’를 일컫는 말로도 흔히 사용되고 있다.
지난 25일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4일부터 11월5일까지 18세 이상 34세 이하 성인 자녀를 최소 1명 이상 둔 부모 3,017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중 59%가 34세 이하의 젊은 성인 자녀에게 재정적으로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재정지원을 받은 젊은 성인 자녀들은 일상적인 가계비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이어 통신비나 스트리밍 서비스 비용, 렌트비 또는 모기지, 의료비, 교육비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자녀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재정적 독립을 이뤘다는 대답이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30∼34세 자녀 중 여전히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응답이 3분의 1에 달했다. 또한 25세 이하 성인 자녀 가운데 57%가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93년의 53%보다 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일수록 결혼·취업과 같이 성인이 돼 맞이하는 이정표에 도달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면서 부모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보다 부유한 상태여서 그만큼 부모가 자녀를 지원할 능력과 이유가 많아진 것도 자녀에 대한 부모의 재정적 지원 기간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라고 지적했다. 지난 20년간 자녀에 대한 부모의 재정적 지원 추세를 분석해온 말라 립폴 피츠버그대학 경제학 교수는 자녀가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아 쓰는 기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립폴 교수는 성인 자녀의 14%가 어느 해라도 적어도 한번은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아 썼으며, 특정 시점에 부모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는 성인 자녀는 절반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립폴 교수는 용돈이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성인 자녀 비율은 수년째 큰 변화가 없지만 달라진 것은 성인 자녀들이 더 오랜 기간 부모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이전 세대에서는 20대 초반에 자녀가 부모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당연했으나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전 세대와는 달리 현세대의 성인 자녀들은 주거 독립이나 생애 첫 주택구입같이 독립생활에 필요한 조건들을 갖추는 데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라고 WSJ은 덧붙였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