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절반, 저축 계좌에 500달러 이하 보유
루빈 전 재무, 재정적자 관련 "끔찍한 상황"…증세 촉구
미국인들은 신용카드를 통한 구매를 늘리고 있지만 이를 상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
또한 연체율도 2021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4대 은행은 지난해 신용카드 소비 규모가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의 지난해 신용카드 소비는 전년보다 9% 증가한 1조2천억달러를 기록했다. 웰스파고도 15% 늘었다.
하지만 카드 이용자들은 예전처럼 빨리 쓴 돈을 갚지는 않고 있다.
고객의 미납 잔액의 경우 JP모건은 1년 전에 비해 14%,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9% 각각 증가했다. 씨티그룹과 웰스파고도 마찬가지로 늘었다.
미납금 규모는 2019년 수준을 넘어섰는데, 이는 소비자들이 카드로 더 많은 구매를 하지만 팬데믹 이전보다 청구서 지급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WSJ은 전했다.
이는 물론 소비자의 재정적 고통이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JP모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제러미 바넘은 콘퍼런스콜에서 "소비자들은 버는 것보다 더 쓰고 있다"며 팬데믹 지원금과 학자금 대출 납부 중단으로 쌓아두었던 현금이 소진된 만큼 이들이 올해 자금 운용을 어떻게 할지 확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미국인들의 예금도 줄었다.
JP모건의 소매금융 부문 예금은 3%, 씨티그룹과 BofA는 8%, 웰스파고는 9% 각각 줄었다.
웰스파고 경영진은 예금 감소는 일부 고수익을 따라 자금이 옮겨간 점도 한 요인이 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 성인들은 거의 절반이 저축 계좌에 500달러(67만원) 이하의 예금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나스닥이 운영하는 금융교육 매체인 고뱅킹레이츠(GOBankingRates)가 지난해 11월 미국 성인 1천6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CNBC 방송이 보도했다.
또 응답자의 약 29%는 저축 계좌에 501~5천달러(670만원)를 갖고 있고, 나머지 21%는 5천1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응답자의 60%는 당좌예금 계좌에 500달러 이하가 있다고 밝힌 반면 약 12%만이 2천1달러(267만원) 이상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CNBC는 저축 계좌나 당좌예금 계좌에 현금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많은 미국인이 월급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예상치 못한 지출에 취약하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한편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재정적자와 관련해 미국이 "끔찍한 상황"에 있다며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세금 인상을 촉구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루빈 전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리스크들이 엄청나며 그중 일부는 금리 인상처럼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부채 증가의 약 60%가 공화당 행정부의 감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러한 감세가 없었다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현재 대략 100%가 아닌 약 63%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