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문제연구소‘2023년 상담통계’
지난해 10건…평년보다 2배증가
노인·저소득층 복지관련 상담
357건으로 가장 많아
#5년전 남편과 사별한 김모(67)씨는 지난해 한국에서 갓 이민 온 60대 남성 박모씨를 골프장에서 만나 친구가 됐다. 한국 대기업 출신으로 정년 퇴직한 이혼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씨와의 관계는 금새 동거까지 하는 연인사이로 발전했고, 이후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한국내 재산을 정리 중이라며 1,000달러, 2,000달러로 시작된 돈 요구는 얼마 안가 수만 달러까지 불어났다. 결국 수개월에 걸쳐 남편 사망 보험금까지 모두 탕진하고서야 의심이 들었던 김씨는 박씨에 대해 수소문한 끝에 고위 공무원으로 퇴직했다는 것도, 이혼남이라는 것도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가 빚 독촉을 하자 박씨는 ‘배째’라는 태도로 돌변했고, 경찰에 신고하자 “연인이었던 김씨가 그냥 준 돈”이라며 돈을 빌린 증거를 가져오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
최근 미 전국적으로 로맨스 스캠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뉴욕 한인사회에도 로맨스 스캠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문제연구소(소장 레지나 김)가 9일 발표한 ‘2023년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로맨스 스캠 피해 상담 건수는 1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수년간 매해 4~5건에 그쳤던 로맨스 스캠 상담 건수가 2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로맨스 스캠이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romance)’와 신용사기를 뜻하는 ‘스캠(scam)’이 합쳐진 말. 김씨의 사례에서 처럼 일상 속에서는 물론 SNS나 데이팅앱 등을 통해 신뢰를 쌓은 뒤 여러 이유를 대며 돈을 받아 갈취하는 신종사기 범죄로 수년 전부터 미 전역에서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 가정문제연구소에도 데이팅 앱 등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사기범들로부터 피해를 본 사례들이 전체 로맨스 스캠 10건 중 8건에 달했다.
피해자들의 연령층을 보면 50대 이상의 이혼하거나 사별한 중년 남녀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레지나 김 소장은 “최근들어 한인사회에도 로맨스 스캠이 부쩍 늘고 있다”면서 “로맨스 스캠은 주로 심리적으로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 특히 중년층은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사회적 단절로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더욱 범죄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정문제연구소는 2023년 한해 동안 모두 761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창립 50주년이었던 가정문제연구소는 누적 상담건수가 무려 5만 7,499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담건수를 내용별로 구분하면 노인 및 저소득층 복지혜택 관련 상담건수가 35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마약 및 알콜, 도박 관련 상담 45건, 무료 건강보험 관련 상담 44건, 직계존속 및 가족과의 불화 38건, 정신질환 35건, 기타 가정 문제 33건 등의 순이었다.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