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650건… 역대 두번째
지난 한해 미국에서 약 하루에 두번꼴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가해자를 제외하고 4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총기 난사 사건은 총 650건으로 집계됐다. 대략 하루에 두번 꼴이다.
이는 이 단체가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앞서 2021년 690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다를 기록했고, 2022년 647건으로 줄었다 다시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은 지난 10월 31명의 사상자를 낸 메인주 사건이다. 지난 10월 25일 메인주 루이스턴에서 전직 군인인 로버트 카드(40·사망)가 볼링장과 식당에서 총기를 난사하면서 18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쳤다. 3월 27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는 한 기독교계 사립학교에서 졸업생이 난사한 총에 어린이를 포함한 6명이 사망했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빈발하는 이유는 시중에 보급된 총기가 인구수를 넘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스위스 연구기관 ‘소형무기연구’(SAS)에 따르면, 미국인 100명당 약 120.5대꼴로 총기를 보유하고 있고, 2018년 기준 미국에 유통된 총기는 총 3억9,000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총기폭력 예방 활동을 하는 단체 ‘기퍼즈 법률센터’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총기 구매가 더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의 켈리 드레인 연구원은 “팬데믹 기간을 포함해 최근 몇 년간 문제가 더 커졌다”며 “2020년과 2021년에 총기 구매가 증가했고, 기존에 총기를 가지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 의회는 총기 규제를 위한 입법 논의를 해왔지만, 큰 변화를 가져온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의회는 2022년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및 뉴욕주 버펄로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30년 만에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처리했지만, 총기 난사 단골 흉기인 AR-15와 같은 공격소총에 대한 내용이 빠지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
군사용 반자동 소총 M-16의 ‘민간 버전’인 AR-15은 분당 45발을 발사하는 치명적 무기로, 메인주 루이스턴 사건의 총격범도 이 총기를 사용했다.
전미총기협회(NRA) 등 이익단체는 미국 정가에 강력한 로비력을 행사하며 총기 규제 입법을 저지해왔다. NRA는 상원과 하원, 대통령 선거마다 후보 캠프에 막대한 재정적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에 맞설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총기 규제 문제가 이번 선거에서도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