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각국 보건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감염자 수가 일주일마다 1.5~2배씩 급증하자, 공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선 체온 측정기와 마스크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연말연초 휴가철을 맞아 동남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주의가 요구된다.
14일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동남아 국가들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지난주(3~9일)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1만3,000건으로 전주(6,796건) 대비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2주 전 주간 확진은 3,626건이었다. 매주 100%씩 급증하는 모양새다.
싱가포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26~이달 2일 확진자는 3만2,035명으로 일주일 전(2만2,094명)보다 50% 늘었다. 같은 기간 일일 평균 입원 건수 역시 136건에서 225건으로 증가했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연말 모임과 여행이 늘면서 감염병이 기승을 부린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확진자 증가세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처럼 봉쇄령이 내려질 것이란 소문까지 번졌다. 시민 불안이 커지자 로렌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는 11일 “정부가 서킷 브레이커(일시 봉쇄 정책)를 재발동할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돌고 있다. 거짓 정보를 경계해 달라”고 해명했다.
다른 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도네시아 보건국은 10일 수도 자카르타 확진자가 271명으로 일주일 전(80건)보다 200% 증가했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태국 질병통제국은 3~9일 입원 환자가 59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티라 워라따나랏 쭐랄롱꼰대 박사는 “현재 태국 우세종은 면역 회피력이 강한 피롤라(BA.2.86) 변이”라며 “태국은 ‘입원 환자’만 신규 감염자로 집계하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실제 감염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