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훌루에 시청자 뺏기자 NBA·NHL 등 무료 중계 확대
미 전국 공중파 방송사들이 가입비와 사용료를 내야 시청이 가능한 스포츠 경기를 무료로 생중계하며 구독자 지키기에 안감힘을 쓰고 있다. 넷플릭스와 훌루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 시청자를 뺏긴 공중파 방송사들은 스포츠 생중계를 통해 시청자를 늘려 기사회생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덕분에 공중파 시청자들은 안방에서 지역 연고팀의 경기를 무료로 줄기는 호사를 누리게 됐다.
최근 LA 타임스(LAT) 보도에 따르면 전국 공중파 방송사들이 지역 연고팀의 경기를 생중계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생중계 종목도 기존의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경기에서 미국프로농구(NBA)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로 확대되고 있다.
LA 지역 공중파 방송사의 경우 CBS 계열의 KCAL-TV(채널9)는 올 시즌부터 지역 아이스하키 연고팀인 LA 킹스 경기 중 6 경기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LA 킹스 경기가 지역 공중파 방송을 타는 것은 1999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넥스타 미디어 그룹의 KTLA-TV도 지역 연고 프로 농구팀인 클리퍼스와 시즌 중 11경기를 4년 동안 생중계할 수 있는 중계권 재계약에 성공했다. KTLA-TV의 클리퍼스 경기 중계방송은 샌디에고, 베이커스 필드, 팜스프링은 물론 샌타바바라 지역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전국에 61개 공중파 방송국을 보유하고 있는 EW 스크립스는 NHL의 애리조나 코요테의 사실상 전 경기를 스코트데일 지역에 중계할 예정이다. 스크립스는 올해 초 라스베가스 골든 나이츠와도 공중파 중계권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미국 프로농구팀인 피닉스 선스는 애리조나 지역 공중파 방송국과 중계권 협상을 마무리했고 유타 재즈의 경기도 솔트레이크 시티의 공중파 방송국인 KJZZ-TV를 통해 생중계된다. 각 지역 공중파 방송국들이 앞다퉈 스포츠 생중계에 나서는 데는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려는 고육지책이 자리잡고 있다. 젊은 시청자를 중심으로 넷플리스와 훌루, 디즈니 플러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공중파 시청자들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조사기관 TVREV는 최근 보고서에서 “X세대와 45세 이상 베이비붐 세대는 어렸을 적의 TV 습관을 고수하는 반면, 그들의 아이들은 대부분 지역 방송을 거부한다”고 분석했다.
스포츠 생중계를 할 경우 평소에 비해 2~3배 시청률이 급증할 뿐 아니라 시청률 100위 프로그램 중 95%가 스포츠 생중계라는 점에 지역 공중파 방송국들에게 스포츠 중계는 시청자를 잡아 끌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 연고팀 경기에 국한되는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공중파 방송국들도 등장하고 있다. 스크립스의 경우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의 정규 시즌 15경기를 3년 동안 생중계하는 계약을 맺었다. CW도 골프 경기와 대학 미식축구 경기로 생중계 종목을 확대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