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남성 시신 발견된 화장실 벽엔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쓰여있어
곤돌라 타고 올라가는 산꼭대기에 위치…유사시 대응 어려워
콜로라도주의 산꼭대기에 있는 한 놀이공원에서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날 뻔한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31일 콜로라도 가필드 카운티 보안관실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놀이공원 '글렌우드 케이번스 어드벤처 파크'의 여자화장실에서 한 젊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은 검은색 전투복에 방탄복과 방탄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반자동 소총과 반자동 권총으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두 무기 모두 장전된 상태였다. 또 이 남성 주변과 이 남성이 타고 온 차 안에서 여러 개의 사제 폭발 장치도 발견됐다.
루 발라리오 보안관은 "발견된 무기와 탄약, 폭발 장치의 양을 고려할 때 용의자가 우리 커뮤니티와 긴급 대응요원들에게 엄청난 규모의 공격을 실행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P통신과 CNN, NBC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 남성이 발견된 화장실 벽에는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나는 단지 동굴에 들어가고 싶었을 뿐이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당국은 이 글을 이 남성이 썼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필드 카운티 검시관실은 이 남성이 20세로, 콜로라도주 카본데일에 거주하는 디에고 바라하스 메디나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시관실은 현장 조사와 부검 결과를 토대로 메디나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졌으며, 자살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 놀이공원이 있는 글렌우드 케이번(동굴)은 콜로라도 주도인 덴버에서 서쪽으로 약 257㎞ 떨어진 글렌우드 스프링스의 산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방문객이 동굴에 가려면 곤돌라를 타고 5분 정도 들어가야 한다.
다만 관리용으로 쓰이는 작은 도로도 있는데, 메디나는 놀이공원이 영업을 끝내고 문을 닫은 뒤 이 도로를 통해 차를 타고 들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산꼭대기에 있는 이 놀이공원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기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피해 규모는 더 컸을 수 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발라리오 보안관은 "그가 의도했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겪었다면 희생자들을 산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초기 대응이나 구조와 도움을 요청하는 데 엄청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나가 소지한 총기와 무기는 일련번호가 없어 추적이 불가능한 이른바 '유령 총'(Ghost gun)으로 확인됐다. 유령 총은 온라인 등에서 사들인 총기 조립 키트를 이용해 사용자가 직접 제조하는 총을 일컫는다.
수사당국은 콜로라도주가 올해 초 총기 구매 연령을 21세로 올리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20세인 메디나가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입할 수 없었을 것으로 봤다.
범행 동기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당국은 메디나의 집을 수색한 결과 폭발물이나 폭탄 제조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그에게 범죄 전력이나 전과도 없었다고 전했다.
발라리오 보안관은 "어떤 이유나 동기도 보이지 않는다"며 "이 시점에서는 가족, 친구, 학교 등에서 어떤 종류의 경고나 우려가 있었다고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메디나는 어머니, 형제와 함께 살았으며, 수사관들은 범행 동기를 알아내기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지원에 나서 메디나의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 계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