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가격·이자율 상승 여파
계속 오르는 차량 가격과 이자율 인상 여파로 오토론(자동차 담보대출) 연체율이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매체 폭스 비즈니스는 24일 신용평가사 피치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전국 오토론 대출자 중에 60일 이상 연체한 비율이 6.11%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직전 기록인 1월의 5.93%를 뛰어넘은 것으로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또 시장조사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압류되는 차량이 150만대로 지난해 12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아직 오토론 연체율 상승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비율 증가로 이어진 것은 아니며, 지난달까지 연체율이 5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9월 디폴트율은 9.8%로 내려간 상태다.
연체율 상승 배경에 차량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차와 중고차 가격은 지난해까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급등했다가 진정되고 있지만, 신차 평균 가격은 4만8,000달러로 여전히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다.
이에 따라 2만달러 이하 신차를 더 이상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 또 5년 이하 중고차 중에서도 5년 이하 차량은 전체의 12.4%에 불과, 4년 전인 2019년의 49.3%에 비해 급감하는 등 ‘카플레이션’(차량 가격 상승)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신차 가격이 25% 넘게 올랐다.
게다가 자동차 정보 사이트 에드먼즈에 따르면 전반적인 금리 인상 흐름 속에 신차 오토론 평균 금리는 연초 6.9%에서 지난달 7.4%로 올랐다. 중고차 오토론은 이보다 높은 11.4%였다.
이러한 여파로 오토론 월 상환액이 1,000달러 이상인 소비자는 연초 16.8%에서 2분기에 17.1%로 올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차량 가격도 올랐지만 파손 차량 수리비도 2018년 이후 36%나 급등하면서 평균 5,000달러에 달하고 있다. 자동차 수리비 증가로 보험료도 올라 지난 5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17%나 상승했다.
폭스 비즈니스는 차량 가격 고공행진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가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오토론 연체율이 올라가는 것은 경제에 불길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한때 미국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렸던 유명 투자자 빌 그로스도 23일 “오토론 연체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 등은 미국 경제가 유의미하게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4분기 침체를 예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