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모기지 고금리 속 공급 부족이 가격 자극
22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고금리 상황에서도 미국의 주택 가격이 한동안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렸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던 주택가격 하락세가 끝나고, 상승세가 굳어졌다고 보도했다.
경제정보 분석업체인 펄스노믹스가 지난 3월 경제학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미국의 주택가격이 2%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그러나 8월에 실시된 펄스노믹스의 설문조사에선 오히려 올해 미국의 주택가격이 3.3% 상승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모기지 금리가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황에서도 주택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자 전문가들도 견해를 변경한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체인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전역의 주택 가격 총액은 46조8,000억 달러에 달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7%를 넘어선 모기지 금리에 실수요자가 부담을 느끼면서 주택에 대한 수요는 줄었지만, 공급은 오히려 더 큰 폭으로 줄어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이 감소한 이유는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7월 현재 미국 전역에서 기존 주택의 거래 건수는 지난해 1월에 비해 36%나 급감했다.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주택을 구하려던 1주택자들이 이사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 주택을 구할 경우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모기지 금리가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재 주택 소유자들의 상당수가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과 2021년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0)까지 떨어졌던 기간 재융자를 통해 모기지 금리를 낮췄기 때문에 현재 주택을 처분하고 비싼 금리로 갈아탈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컨설팅업체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시장에서 주택 수요가 급감했지만, 공급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