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가족·지인 권유로 가입
얼마 전 한국 내 이단 실태를 적나라하게 다룬 한 TV 시리즈가 화제를 모았다. 일부 내용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큼 파급력이 대단했다. 한국에서 이단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잠잠할 만하면 이단 관련 기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최근 이단의 활동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 기독교 전문 조사기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최근 바이블백신센터와 ‘2023년 한국교회 이단 실태 조사’ 보고서를 공동 발표했다.
▲ 최대 59만 명
보고서는 한국교회 내 이단 신자가 최대 59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2022년 말 기준 한국 개신교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인구 중 약 15%로 이중 ‘가나안’(교회 출석하지 않는 교인) 교인을 제외한 개신교인은 약 10.6%에 해당하는 약 545만 명이다. 보고서는 표본오차율(±2.5%)을 감안한 이단 신자 비율을 5.7%~10.7%로 추정했는데 인구수로 환산하면 약 31만 명~59만 명에 달하는 수치다.
▲ 40대 미만·1인 가구
이단 신자들은 40대 미만의 젊은 층이 많았고 미혼 1인 가구 비중이 높다는 특징을 나타냈다. 이단 신자 중 40대 미만 젊은 신자 비율은 69%로 50대 이상이 56%를 차지한 일반 개신교인과 대조적이었다. 또 이단 신자가 소속 종파에 처음 가입한 연령은 평균 22세로 매우 낮았으며 미혼(35%), 1인 가구(26%) 비율이 개신교인(각각 25%, 14%)에 비해 높은 것이 특징이었다. 이단 신자의 주일 예배 출석률은 개신교인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이단 신자 중 매주 예배에 출석한다는 비율은 57%로 개신교인(70%)보다 낮았고 월 2~3회 미만 출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 ‘가족·지인’ 권유
이단에서 종교 활동을 처음 시작한 신자의 비율 41%로 높았는데 대부분 가족이나 지인의 권유로 이단에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이단 신자 중 과거 종교 활동 경험이 있는 신자는 59%로 이 중 86%가 기독교에서 현재 소속된 종파로 전향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단 종파에 포섭된 경로는 ‘아는 사람’을 통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족의 전도로 이단에 가입한 신자가 38%, 친구나 지인의 권유가 계기였다는 신자는 19%로 ‘아는 사람’을 통한 전도가 절반을 넘었다. 이단에 대해 스스로 알아보고 가입한 신자는 약 12%였다.
▲ 교리 공부 하실래요?
이단 종파는 주로 ‘성경 공부’를 빌미로 다른 신자를 포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단 신자 중 약 37%가 ‘교리 공부·성경 공부’에 대한 권유를 받고 가입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단지 ‘교회에 가보자’라는 권유로 이단에 발을 들여놓은 신자도 약 32%나 됐는데 목회데이터연구소 측은 이들이 이단과 일반 개신교에 대한 분별력이 없는 상태에서 가입 권유를 받았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정했다. ‘좋은 사람들 모임이 있다’는 권유를 받고 이단에 가입한 신자는 약 11%였다.
방송을 통해 일부 이단 지도자의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입한 종파 지도자를 의심하는 신자는 매우 드물었다. 이단 신자 중 86%는 자신이 소속된 종파의 교리나 지도자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고 언론의 이단 보도에 대해 ‘우리 종파와 상관없다’(44%), ‘왜곡 또는 과장 보도’(43%)라는 답변 비율도 높았다.
▲ 교인 이단보는 시각 ‘부정적’
그렇다면 개신교인들은 이단 신자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멀리하고 싶다(86%), 합리적인 사고를 못 한다(78%),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62%), 관심 없다(61%), 두렵다(51%)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가운데 호기심이 생긴다(12%), 문제 될 것 없다(10%) 등의 우호적인 인식을 가진 개신교인도 더러 있었다.
보고서는 이단 신자가 접근할 경우 개신교인의 대처 능력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개신교인 4명 중 3명(75%)은 ‘이단의 접근을 분별하고 저항할 자신이 있다’라며 높은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이단의 교리를 분별하고 반박할 자신이 있다’라는 개신교인은 48%로 많지 않았다. 이에 대해 목회데이터연구소 측은 개교회의 이단 대응 교육이 시급함을 보여준 조사 결과라고 지적했다.
< 준 최 객원 기자>